저자: 조복행
정가: 15,000원
사양: 신국판(반양장) / 320쪽
출간일: 2015년 12월 22일
ISBN: 978-89-5786-563-7 94680
현전은 공연예술의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파르마콘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의 경제적 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폭발하였다. 문화는 곧 돈이라는 사유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였고, 많은 문화관련 하드웨어가 건립되었다. 수많은 축제는 공동체의식의 함양보다는 지자체에 부를 안겨줄 경제적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고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유치하고 있는 메가퍼포먼스는 지자체의 자랑이 되었다. 마치 문화는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구원해 줄 구세주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다. 우리는 문화의 경제성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문화에 대한 이러한 경제적 관심은 공연산업에도 전이되었다. 공연예술의 산업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민간부문은 물론이고 공적 부문으로까지 확산되었다. 대학에는 많은 공연관련 학과들이 설치되었고 공연의 산업화라는 담론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공연 기획사들이 설립되고 외국 뮤지컬들이 쏟아져 들어왔으며, 공적부문은 공연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상황은 어떤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공연산업의 어려움은 이미 영국이나 일본에서 300~400여 년 전에 경험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나라의 실패들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공연산업, 공연흥행의 역사가 일천한 영세한 시장에서 시장은 과열되고 , 경쟁이 격화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공연 시장의 어려움에는 많은 사회적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사회적이고 외재적 요인 이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원인, 내재적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를 제약하고 생산을 어렵게 하는 공연예술의 매체적인 한계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것은 ‘현전’이라는 근본적인 매체성 때문이다.
볼터와 그루신은 인간은 ‘비매개에 대한 욕망’을 갖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직접성’에 대한 욕망이다. 인간은 누구나 대상을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거나 대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또한 대상을 가장 정확하고 리얼하게 표현한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를 ‘실재에 대한 욕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외부에서 제공된 간접적인 사실보다는 나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망이나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은 인지적 욕구가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나와 네가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이런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관계가 발전하고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특성들은 나와 타자가 직접 만나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를 ‘현전’ 또는 공동현전이라고 부른다. 현전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공연예술에서 공연자(퍼포머)와 관객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 존재한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공연산업에서의 현전은 생산과 소비의 직접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직접성은 공연예술에서 생산의 비효율과 소비의 제약을 초래한다. 공연은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매우 열등한 매체인 것이다. 반면 현전은 미적 경험의 측면에서는 관객을 전율케 하는 아우라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공연예술은 예술형식의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예술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전은 공연예술의 파르마콘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현전은 공연예술의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공연예술에서 현전이라는 개념을 대상으로 현전이 초래하는 양면적 특성, 즉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이부작으로 저술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 중에서 현전이 공연예술의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내용을 다루는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필자가 오랫동안 공연현장에서 느낀 공연흥행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였다.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보편적으로는 강력한 홍보매체를 사용하는데도 공연흥행은 매우 어려웠다. 필자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흥행의 어려움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잘못된 담론들이 유포되고 이를 믿고 공연산업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있다. 이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전파함으로써 잘못된 담론의 치유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출발하였다.
차례
머리말
1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
1장 공연에 대한 경제적 환상
2장 문화 담론의 폭발
3장 퍼포먼스 턴
4장 험난한 공연흥행의 길
1. 영국 르네상스 연극의 흥행
2. 험난했던 가부키 흥행사
3. 이탈리아 오페라의 흥행
4. 미국의 순회공연단
2부 공연산업의 성격
1장 공연예술의 존재론적 특성
2장 공연산업의 사회적 조건
1. 상업적이고 투기적인 사회
2. 사람의 증가, 사람의 이동
3. 극장의 증가
4. 매개자의 등장–임프레사리오
5. 문화
3장 공연산업의 성격
1. 문화의 상품화 과정
2. 문화산업의 경제적 성격
3. 공연산업의 성격
4. 공연상품의 재화적 성격
3부 공연의 흥행, 왜 어려운가
1장 시장실패
1. 공연과 시장
2. 시장실패의 원인
2장 공연소비는 증가하고 있는가?
1. 공연소비의 추이
2. 비합리적 소비
3장 공연소비를 제약하는 요인
1. 공연예술의 매체성
2. 내재적 요인–현전
3. 외재적 요인
4. 체화된 취향
4장 경쟁
1. 공급의 과잉
2. 경쟁의 형태
3. 경쟁을 피하는 방법
5장 공연생산의 난제들
1. 규모의 경제
2. 제작비의 급증
3. 비용의 질병
6장 유통
1. 윈도우의 부족
2. 의심스런 홍보효과
3. 공급의 탄력성 부족
7장 거래비용
4부 맺는 말–몇 가지 제안
1장 패자만의 시장
2장 수직계열화
1. 공연의 산업화는 가능한가
2. 영상공연은 대안이 될 것인가?
3장 스펙터클과 글로벌화
1. 스토리인가 스펙터클인가
2. 스펙터클과 글로벌화
4장 물질주의에서 문화주의로
1. 투쟁으로서의 문화
2. 물질주의에서 문화주의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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