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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인간의 책/문학

윤조병 전집 1~4권(희곡편)

by 연인 2022. 11. 14.

 

 

 

편저자: 홍창수, 배진아

: 153×225(신국판) / 1528쪽, 2544쪽, 3612쪽, 4656

: 1·217,000/ 3·420,000

출간일: 2022년 11월 10일

ISBN: 978-89-5786-853-9 (세트) / 978-89-5786-854-6 04810 (1) / 978-89-5786-855-3 04810 (2) / 978-89-5786-856-0 04810 (3) / 978-89-5786-857-7 04810 (4)

 

윤조병 전집 5~8권 근간
아동·청소년극, 각색·번안극, 음악극, 무용극, 시나리오, , 동화·소설·수필·콩트,
평문 등 수록

 

 

“창작과 작품은 치열하게! 사람과 세상은 따뜻하게!”
극작가 윤조병 희곡 전집 출간

윤조병(1939~2017)의 희곡 작품을 한데 모은 전집이 출간되었다. 윤조병 전집1~4권은 윤조병이 1967년부터 2017년까지 쓴 희곡 46편을 집필 순서대로 나누어 묶었다. 실제로 발표된 작품의 수는 더 많지만, 작가는 여러 차례 개작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썼다. 따라서 개작이 동일 장르일 경우, 전집에는 가장 최근 발표된 작품만을 수록하였다. 윤조병을 한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극작가로 자리 잡게 해준 농촌 3부작 <농토>, <농녀>, <농민>, 광산촌 3부작 <모닥불 아침이슬>, <풍금소리>, <초승에서 그믐까지>와 같은 초기작들을 비롯해서 연극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추고 윤조병 특유의 양식을 구현한 늘보 2인극’ <ㅎㅎㅎㅎ>, <ㅋㄷㅋㄷ>, <ㄲㄹㄲㄹ>, <ㅉㅅㅉㅅ>, <ㅎㅇㄱ ㅎㄱ> 등이 두루 망라되었다. 전집에 수록된 <멍텅구리>, <황제와 기사>, <캐스팅! - 다다닥 도마질!>, <소금창고 소금꽃의 비밀>은 미발표작으로서 세상에 소개된 적 없는 작품들을 처음 발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극작가 윤조병의 작품세계

극작가 ()윤조병(1939~2017)1963년에 영화전문지 월간 국제영화사시나리오 공모전에 <휴전일기>로 입선한 후, 1967년 국립극장 장막희곡 공모에 <이끼 낀 고향에 돌아오다>가 당선되면서 극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로 국내·외의 권위 있는 연극·예술 분야 시상식에서 그가 수상한 이력들만 40여 건에 달하는데, 대한민국연극제 대상·희곡상 등 단체상과 개인상 여러 차례, 전국연극제 대상, 서울어린이연극제 최우수상, 밀양전국연극제 대상, 대통령 표창 등이다. 이는 극작가로서 활동 당시의 위상을 대변해준다. 뿐만 아니라 윤조병은 예술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립극단인 인천시립극단을 창단했고 인천종합예술문화회관, 인천 수봉문화예술회관, 인천 서구문화회관 등 크고 작은 극장들을 만드는 데에도 힘쓰며 지역 연극 발전의 밑거름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한양여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기도 하였다.

윤조병 희곡의 특징으로는 이분법적 세계관, 고향에 대한 애정, 개작·번안·각색과 같은 재창작 경향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2007년 이후 발표된 후기 작품들은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내·외적으로 괄목할 만한 변화가 보였다. 초기작부터 작가의 관심사였던 전쟁과 분단문제, 진실과 허구, 물질문명과 자연세계 등의 문제들을 2인극, 아동·청소년극, 번안·번역극 등 다양한 작품들에 적용하여 구사함으로써 연극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춘 윤조병 특유의 양식을 구현해냈다. 이 점은 한국희곡사적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

극작가 윤조병은 단 한 순간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멈추어 있고 가려져 있던 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진심을 다해서 행동했으며 그것은 곧 변화의 시작이 되었다. 작가의 작품이 그러했고, 작가가 머물다 간 자리들마다 그러했다. 작가의 유고집은 20179월에 발간된 희곡집 황진이, 가능의 캐릭터, 윤조병 아동가족극집:개구리 이야기, 시집 커피 두고 갈게이다. 작가가 같은 해 1011일에 타계한 것으로 보아,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창작했다. 이것은 연극과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 작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작가가 일생을 바친 작업들을 하나하나 모은 전집이 출간되었다. 윤조병은 50여 년 동안 약 160여 편의 희곡·시나리오·아동청소년극·음악극·뮤지컬·무용극 등의 극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시, 소설, 에세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남긴 방대한 작업들이 있었다. 윤조병 전집은 작가가 생전에 창작했던 모든 장르의 작업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던 미발표 작품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작가/예술가는 근본적으로 작품을 통해 영원을 추구한다. 작품은 삶이 유한한 작가/예술가에 의해 탄생된 창조물이지만, 동시에 시간의 유한성을 뛰어넘는 영원성을 지닌다. 생명력 있는 작품은 작가/예술가가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내밀한 고백이고 의미 있는 질문이자 성찰이다. 그것은 작품이 탄생한 시대의 의미와 공감을 넘어 보편 세계로 나아간다. 작품들을 모은 전집은 보편 세계와 만나는 소중한 매개체다. 이 전집이 많은 독자들과 만나기를 소망한다. 연극인과 공연관계자들에겐 공연 텍스트로, 연구자들에겐 가치 있는 학술 자료로 널리 읽혀서 한국 희곡과 연극이 풍요로워지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길 바란다.

 

권별 수록 작품

1

아름다운 여인들 수평선에 떠오르다

꿈을 찍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

잔나비는 돌아오는가

꽃보라

술집과 한강

갯벌

윷놀이

석양(夕陽), 그리고 겨울

용왕굿

농민(農民)

고향 봉선화

 

2

젖섬 시그리불

외로운 도시(都市)

건널목 삽화

향기

참새와 기관차

농토(The Land)

풍금소리

아버지의 침묵(沈黙)

이끼 낀 고향(故鄕)에 돌아오다

 

3

농녀(農女)

모닥불 아침이슬

겨울이야기

인내천(人乃天)

우둥불

조씨와 염씨

세상 어머니의 노래

ㅎㅎㅎㅎ-금자와 영수의 벽화(壁畵)

<ㅋㄷㅋㄷ>

<ㄲㄹㄲㄹ>

<ㅉㅅㅉㅅ>

ㅎㅇㄱ ㅎㄱ-휘파람 소리

 

4

휘파람새

당금애기, 목선(木船)을 타다

초승에서 그믐까지

가출기(家出記)

한강(漢江)

, 시뮬라크르

황진이, 가능의 캐릭터

아라 홍련

멍텅구리

황제와 기사

캐스팅!-다다닥 도마질!

소금창고 소금꽃의 비밀

 

편저자소개

홍창수

1998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첫 작품 <오봉산 불지르다>가 동아연극상 대상 후보에 오르면서 극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3년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에 연극창작산실에 <누란누란>올해의신작으로 선정되어 공연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뮤지컬 <신라의 달밤>, <수릉>, <여름 안개>, <오늘 나는 개를 낳았다>, <원무> 등이 있다. 연구서로는 역사와 실존, 김우진전집』Ⅰ··(공편), 한국 희곡 읽기의 새로움, 동시대의 연극과 현실, 한국근대희극의 역사, 한국근대희극전집』Ⅰ·, 희곡집으로는 오봉산 불지르다, 수릉, 오늘 나는 개를 낳았다, 번역서로는 희곡쓰기의 즐거움(작가), 연극의 역사(연극과인간)·(공역)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극과의 다양한 만남을 즐기고 있다.

 

배진아

201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One More Time>이 당선되며 극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서울은 지금 맑음>, <홈트레이닝>, 음악극 <지금, 사랑하고 계십니까>, 창작발레극 <미운오리새끼> 등을 공연하였다. 연구 논문으로는 윤조병 희곡의 변모양상 연구, 역사극에 나타난 인물 연산 연구, 1960년대 희곡의 각색 연구, 무대 개념의 확장으로서 온라인 연극(공저), 희곡집으로는 서울은 지금 맑음, 2011 신춘문예 희곡 당선 작품집(공저) 등이 있다. 현재 한국극작가협회 계간 한국희곡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다.

 

본문에서

아버님의 두꺼운 작품 전집을 보면 떠오르는 또 다른 공책이 있다. 그것은 아버님이 십오여 년 넘게 어머님의 병간호를 해오시면서, 의사보다도 더 전문가가 되어 작성하셨던 두툼한 의료 노트들이다. 어머님을 극진히 간호하실 줄은 아셨던 분이지만, 간호를 받으실 때가 되자 늘 자신에게는 까다로운 완벽주의자가 되어 있으셨다. 그때만 해도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날인 줄 몰랐다. 아버님은 화장실에 들어가실 때 여러 생명줄이 담긴 보조기를 동반해야 했다. 내가 보조하자 거부하시고는 이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화장실에 혼자서 들어가셨다. 그날이 호스피스에서 의식을 잡고 계셨던 아버님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버님과 함께 작업할 때마다 더는 못 하겠으니 작품을 가져가야겠다.”며 돌아가시곤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백기를 들고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 아들의 전화에 아버님은 또 다시 참아주셨다. 꼼꼼하지 못한 아들과 작업할 때 무척 힘들어하셨다. 힘든 걸 참아내셨던 건 꼼꼼하지 못한 아들과 작업할 때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아버님께서 보낸 문자가 문득 보였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힘든 표정을 감추신 아버님을 시간이 지나도 이해하

기가 어렵다.

 

오늘 정오 바람이 차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 싸늘함처럼 마지막이 이럴 줄 모르고 앞만 보고 처절하게 살아왔구나. 어느 인생인들 안 그랬을까만 내 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 세상 숨을 쉰다는 것… 어느 순간 이기심을 잃을 때 철이 드는지, 철들 찰라가 없어 그대로 가는 것인지 두렵다.
마지막 갈 때 80년의 인연하고 헤어지는 마음의 통증하고, 육신의 통증하고 둘 중 어느 것이 더할까. 마음의 통증보다 육신의 통증이 더할까 두렵다. 철없는 탓일까. 아니, 마음의 통증은 서서히 잊어가는 인연처럼 조금씩 아파하면서 잊어왔지만 육신의 통증은 조금씩 모아지고 있으니 세상의 진통제로 다스리지 못할까 두렵다.
영혼과 육신이 나뉠 때 젤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말일까 행동일까 감정일까. 그걸 다 합해 웃는 듯 숨을 멈추는 것일까.
- 동네 아파트 뒤안 정자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이 글을 보면 통증에 대한 두려움에 힘들어하셨다. 결국 의료진은 임종 직전까지도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울 테니, 마약 성분이 있는 진통제를 권했다. 하지만 의식이 흐려진다고 끝까지 거절하셨다. 암이 아무리 커져도 병실에서 시집과 희곡집 두 권을 완성하고 떠나셨다. 아니 그 책들이 있어서 그때까지 버티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늘 가야되는 길을 가셨던 분이다.

글을 쓰는데 아내가 덧붙인다. “아버님이 마지막까지도 멋있었던 건 본인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으셨고, 본인이 느끼는 것, 아는 것을 남기고, 나누어 주려고 하셔서 존경스러웠어. 이 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

윤시중,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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