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미도
사양: 신국판 / 252쪽
정가: 15,000원
출간일: 2021년 11월 25일
ISBN: 978-89-5786-774-7 93680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과연 존재했다. 블랙리스트는 쉽게 말해 검열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검열하여 지원을 중단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이 리스트가 이용되었다. 이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15년이다. 그해 9월 JTBC를 통해 검열 사실이 알려지고 문화예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검열을 규탄하는 성명서들이 터져 나왔고, 검열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연달아 폭로되었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원금 때문이었다.
2016년에 접어들면서 검열 이슈는 사그라지는 듯했지만 그해 여름 <2016 권리장전_검열각하>라는 제하에 21개 극단의 22개 작품이 릴레이로 공연되면서 검열 이슈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정감사에서는 예술위 회의록에서 블랙리스트의 단서를 찾아냈고, 10월 12일에 드디어 한 매체가 블랙리스트 명단을 보도했다. 이러한 블랙리스트 사태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이 되었다. 촛불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2017년 1월 10일 광화문 광장에는 기습적으로 블랙텐트 극장이 설치되었다. 저자는 연극인들 중심으로 꾸려진 검열백서위윈회의 위원장을 맡아 <검열백서> 준비 1호와 2호를 출간했다.
정권이 바뀌고 2017년 문체부 직속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러나 조사위는 국회로부터 차년도 예산을 받지 못해 1년도 못 채우고 해산되었다. 그 후, 저자는 백서발간 작업에 매진하여 2019년 2월에 총 10권, 전체 6,622쪽 분량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저자가 백서 발간 작업을 하고 있던 2018년 문체부는 가해자들에 대해 ‘징계 0명’이라는 어이없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극인들이 다시 거리로 나와 일인시위를 시작했고 무용계, 음악계 등 다른 장르에서도 동참했다. 저자 또한 틈틈이 광화문, 청와대, 국회 앞 등에서 일인시위를 했다. 드디어 문체부 장관이 징계 문제를 재논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그해 12월에 문체부는 수사 의뢰 3명, 징계 1명이 추가된 최종 징계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의뢰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개시조차 못하고 있고,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은 끊임없이 문화예술계로 복귀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일부는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예술위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제도개선도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까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스토리이다. 문제 제기에서부터 투쟁, 그리고 판결과 후속 조치, 무엇보다 변하지 않은 현실. 블랙리스트 사태의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 아직 끝나지 않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공감을 이끌고, 나아가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차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동 방식에 관한 연구 - 연극계를 중심으로
블랙리스트, 네버엔딩 스토리
블랙리스트의 존재 처음 드러낸 2015년 창작산실 사태
블랙리스트의 실행과 작동
김기춘과 아이히만
블랙리스트 사태 2심 판결의 의미
왜 국가예술위원회인가
우리 안의 적폐, 우리 안의 수치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성찰하며
블랙리스트 사태의 일단락
블랙리스트 사태 후속조치 제대로 되고 있나
저자소개
김미도
연극평론가.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하여 민간 <검열백서 위원회> 위원장,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위원 및 백서발간소위원회 위원장, <아르코 혁신 TF> 위원, 문체부 <이행협치추진단> 위원 등을 역임했다.
추천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는 여전히 현재적이며 보편적이다. 권력은 여전히 관료들을 이용하려 하고, 한국의 관료제는 법이나 국민보다는 눈 앞의 현실에 종속되어 있다.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계를 넘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행되었고, 그것에 동조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대충 눈 감아준 이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끝내 블랙리스트 문제와 싸우며 그것을 고발하고, 결국 실행자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여전히 이 문제에 천착하며 올곧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집단이 문화예술계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실천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이었고, 숱한 고민과 투쟁의 현장에서 굴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이가 김미도이다. 온갖 사회 문제는 매번 같은 방식의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 제기, 가혹한 투쟁, 판결과 후속 조치, 그리고 그다지 변하지 않은 현실! 그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또한 변할 수 있고, 변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을 담고 있기도 하다. (심용환, 역사학자)
나는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가 종료될 무렵인 2018년 6월 내 심경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둔 바 있다.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깨달은 것 하나를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서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다행히도 우리 중에는 자기가 겪은 일이 모호한 상태에서도 침묵하는 대신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지속한 사람들이 있었고, 자기가 겪은 일이 비교적 명확했을 때 불이익을 감수하고 폭로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로운 공기는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 김미도 선생은 2015년 가을 연극 창작산실 사업에서 있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을 폭로하였던 당사자로서 내가 저 글에서 감사와 존경의 대상으로 염두에 두었던 사람 중 한 분이었다. 조사위원회에서 백서소위원장도 하셨던 선생께서 이번에 내시는 이 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블랙리스트 사건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초석을 깔아주는 작업이면서, 더 많은 사건 당사자들의 기억과 고백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이양구, 극작가, 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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