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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인간의 책/번역

승부의 종말(Fin de partie)

by 연인 2022. 6. 7.

 

 

 

저자: 베케트 작, 오세곤 역

정가: 10,000

사양: 국판/ 152쪽

출간일: 2020년 1월 31일

ISBN: 978-89-5786-721-1

 

 

승부의 종말은 베케트가 불어로 써서 1957년 런던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불어 원제는 Fin de partie인데 ‘partie’부분, 일부의 뜻부터 시합, 승부, 경기놀이, 오락등까지 의미의 폭이 상당히 넓다. 그런데 베케트 스스로 번역한 영어본의 제목은 ‘(체스·경기의) 최종회, 막판의 뜻부터 일반적으로 최종단계와 군사적으로 적의 탄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기만하는 수단의 일종을 가리키는 ‘Endgame’으로 되어 있다. 물론 요즘에야 미국 영화 ‘Avengers: Endgame’이 귀에 익겠지만 사용의 원조는 베케트인 셈이다.

승부의 종말에는 모두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앞을 못 보는 데다 하반신마비로 바퀴의자에 앉아 있는 햄과 앉지를 못하는 불편한 몸으로 햄의 시중을 드는 클로브, 그리고 커다란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햄의 부모 나그와 넬이 그들이다. 이렇게 움직임이 어렵거나 좁은 공간에 갇힌 인물들은 베케트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연극에서는 인물들이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있으며,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럭키는 끈에 묶인 채 등장하고 1막에서 럭키의 주인으로 나왔던 포조는 2막에서 시각장애자가 되어 오히려 럭키에게 종속된 상태로 등장한다. 행복한 날들에서 위니는 1막에서는 허리까지, 2막에서는 목까지 땅에 묻힌 상태이며 그 남편 윌리는 기어서 이동한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클로브는 햄의 아들일 수도 있다. 설령 친아들이 아니어도 나그와 넬, , 클로브는 각기 조부모로부터 손자에 이르는 3대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상태는 오랜 세월과 함께 쇠락해가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쓰레기통에 들어가 죽음을 맞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한번 요양원으로 들어간 노인들이 다시 나오지 못하고 결국 거기서 생을 마치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면 연극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징은 양쪽에 난 창문이 각각 육지와 바다로 향하고 있다는 설정과 어우러지며 이 공간을 세상 또는 우주 그 자체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햄의 대사 중에는 이것이 하나의 게임이나 놀이임을 암시하는 표현들이 주기적으로 나온다. 결국 인생이란 정해진 순서에 따라 게임이나 놀이를 하다가 때가 되면 끝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연극 전체가 극중극처럼 미리 짜여 있는 거고, 어쩌면 매일 똑같은 순서로 반복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처음과 같은 자세를 취하는 햄을 보면서도 느낄 수 있다.

통상 이러한 베케트의 작품을 어렵고 난해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나 관객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번역자에게 어렵고 연출과 배우에게 어려울 뿐 독자나 관객들이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서는 곤란하다. 물론 희곡을 읽은 독자나 공연을 본 관객들이 깊은 고민에 빠질 수는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다만 그 고민은 작품의 겉 이야기를 이해 못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속뜻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관객들이 품게 되는 속뜻은 제각각 다를 것이 틀림없다.

베케트는 1989년에 작고했다. 올해로 30년 전 일이다. 그런데 기국서 연출이 원저작권자 측과 공연저작권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음악을 쓰지 말라는 주문이 왔다.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아예 각서까지 요구하였다. 베케트는 생전에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형을 가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는 증언이 있으니 후손들의 과잉 해석은 아닐 테지만 연출로서 그런 조건은 무척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국서 연출은 그 약속을 지켰고 결과는 상당히 좋았다. 음악이 없음으로 해서 공연 중 관객들은 배우의 대사에 완전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희곡을 읽는 독자들도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기 바란다.

 

차례

역자 서문

승부의 종말

 

저자소개

오세곤

오세곤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4년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하여 현대희곡 전공으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배우의 화술, 예술강국, 문화대국, 연기화술클리닉등의 저서와 여러 권의 고등학교 연극 교과서를 집필하였으며, 손턴 와일더의 우리읍내, 장 주네의 희곡 하녀들과 시집 사형수,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이오네스코의 대머리여가수, 수업, 의자, 왕은 죽어가다, 살인놀이, 장 아누이의 반바지, 스트린드베리의 줄리아씨, 하벨의 청중등 여러 작품을 번역하였고, <우리읍내>, <체홉의 수다>, <술로먼의 재판>, <갈매기>, <타이터스>, <보이첵>, <오 행복한 날들> 등의 작품을 연출하였다. 1996년 가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1999년 순천향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현재 연극무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2008년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과 2005~2012년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한국연극교육학회 산하 분과학회로 한국화술학회를 창립하여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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