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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의 책/학술

김기림 연구 - 근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by 연인 2022. 10. 6.

 

 

 

저자: 김유중

사양: 153*225 / 양장 / 400

정가: 23,000

출간일: 2022920

ISBN: 978-89-8477-715-6 93810

 

 

이제까지 김기림의 문학은 줄곧 모더니즘적인 관점에서 조명되어왔다. 그가 이 땅에 서구 모더니즘 문학의 작품과 이론들을 수입, 소개하고 그것을 우리 시단에 적용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고 보면 그런 해석은 그 나름의 충분한 근거와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기존의 모더니즘적인 시각만으로는 그와 그의 문학이 지닌 모든 면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들여온 것이 단지 서구 취향의 양식이나 기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러한 지적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내포한다. 소위 모던하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선행되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와 현실을 앞장서서 이끌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점이 뒤떨어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그에 맞는 처방을 찾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하물며 김기림이 활동하던 시대는 잠시도 방심할 틈 없이 요동치던 근현대사의 격동기가 아니었던가? 그런 시대를 견디면서 시대와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나아가 시대 자체를 앞질러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때의 긴장감과 위기의식이란 크게 보면 바람직한 미래에의 염원과 그것의 설계를 위한 역사적 전망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거시적인 틀 속에서 김기림의 작업은 펼쳐진다. 따라서 그의 문학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대 현실과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과 태도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 당대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는 그와 그의 문학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김기림은 그의 시와 글 곳곳에서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시대의 열악함과 어려움에 대처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사유하고 고민하며 모색을 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모더니즘을 도입한 것도, 그것에 일정부분 변화를 주려 시도한 것도, 이후 일제 말기 침묵을 선택한 것이나, 해방기에 모더니즘과의 공식적인 결별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저자 자신의 그런 추론 내지 가설을 입증해보이기 위한 지난 십 수 년간의 추적의 결과물이다. 흔히 문학사적인 중요성과는 별도로, 김기림의 시와 문학은 경박하다고들 한다. 얼핏 표면적으로 드러난 면만 놓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살던 시대적 기준과 문학적 배경을 전제로 했을 때의 평가일 뿐이다. 이 점에 관한 한 저자는 그가 시대를 너무 앞질러갔다고 생각한다. 그의 시와 글들 속에 나타난 장치나 기법상의 특징들, 그리고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고뇌와 사유의 흔적들은 오늘날과 같은 창조적 변혁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현실적인 판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객관적이고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뛰어넘고자 할 때의 그를 보면 어쩔 수 없는 혁명적 관념론자, 이상주의자다. 그런 점에서, 이상이 천재라면 김기림 역시 천재요, 임화가 대가라면 김기림 역시 그에 못지않은 대가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그게 저자가 그에 대해 내린 최종적인 평가이자 결론이다.

 

차례

1. <기상도>의 주제와 태풍의 의미

2. <기상도><파우스트> 근대 계몽적 이성의 자기모순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그 극복을 위한 모색

3. <기상도>에 나타난 제국주의 비판과 근대문명의 말기적 혼란상

4. 김기림 문학에 나타난 묵시록적 상상력의 사상적 기원과 배경

5. 김기림의 역사관, 문학관과 일본 근대 사상의 관련성 근대의 초극론의 극복을 위한 사상적 모색 과정에 대한 검토

6. 해방기 김기림의 문학 활동과 이념 노선 김기림과 여운형

7. 해방기 김기림의 공동체 의식과 신질서 수립을 위한 구상의 의의 및 한계

8. 김기림의 말기 행적에 관한 조사 및 정리

9. <기상도>의 판본 비교와 정본 확정을 위한 시론

 

부록: 일 삼국의 모더니즘 문학에 대한 개념적 비교 연구

김기림 기념비 디자인의 철학

 

저자소개

김유중

19653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이후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현대문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군 복무 중이던 1991, <현대문학>지의 신인 평론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석사 졸업 후 잠깐 서울 청량고등학교에서 국어과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육군사관학교와 건양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를 거쳐 모교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재 한중인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더니즘 문학에 대한 연구를 하는 동안 양식이나 기법 위주의 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그것의 세계관이나 역사의식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 시각에서 학위 과정 이수 때부터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독자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한국적 현실과 작가의 내면의식 형성 과정,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텍스트 이면의 배경 지식과 사상들에 대한 추적과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과 연관된 세부적인 논의들을 진행해왔다. 한편, 최근 십 수 년간은 주로 김기림과 김춘수의 문학 세계에 나타난 의식과 사상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였다.

저서로는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세계관과 역사의식>(1996), <김기림>(1996), <김광균>(2000), <한국 모더니즘 문학과 그 주변>(2006), <김수영과 하이데거>(2007) 등이 있으며, 편저서로 <이범선 작품집>(2010), <김광균 시선>(2012), <김기림 시선>(2012), <김기림 평론 선집>(2015), <정태용 평론 선집>(2015) <정비석 수필 선집>(2017) 등과 더불어 경북대 김주현 교수와 공동 편집한 <그리운 그 이름, 이상>(2004)이 있다.

 

 

김기림에 대한 몇 가지 기존의 오해와 편견

1) 서구 모더니즘 문학 이론과 사조를 우리나라에 수입, 소개한 모더니스트로,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리얼리즘 문학자들과는 달리 문학 내적인 문제에 치중했다.

2) 이에 따라 당대 조선(한국)의 현실과 역사의식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

3) 시보다는 시론이 뛰어나며, 대표작 <기상도> 또한 문학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작품이다.

- 이런 내용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를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

 

본서의 강조점 : 치밀한 고증와 분석을 통한 당대적인 관점에서의 재해석

 

1) 김기림은 단순히 일개 문인이기 이전에 종합적인 교양을 갖춘 지식인이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정세의 흐름 및 우리 사회 현실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했던 사회부 기자 출신이란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의 글과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점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그는 당시 우리 사회가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낙후되어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따지고 보면 그가 서구의 모더니즘 문학 이론을 수입, 소개하여 이를 우리 문학에 접목시켜보려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 대표작 <기상도>의 해석에 있어서도 이런 점들은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기상도>라는 제목 자체가 암시하는 바,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1930년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정세를 중심으로 다가올 미래의 위기 상황을 예견하고, 동시대인들에게 사전에 알림과 함께 경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가 태풍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동원하여 예견하고자 했던 긴급 상황이란 제2차 세계대전 발발에 대한 위기감이다. 이 같은 내용을 표출하기 위해서 그는 작품 속에 시사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요소들을 적극 도입, 수용하였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는 당시 시단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 거칠고 산만하며 경박해 보일 수도 있으나, 변화무쌍한 국제질서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리어 선구적이고 긍정적인 면모를 지니는 것으로 재평가되어 마땅하다.

 

3) 따라서 이 작품 속에서 두드러진 풍자나 콜라쥬, 알레고리, 모자이크 등의 수사적 발상 및 기법은 이러한 그의 의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출해내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이런 수사적 기법의 도입보다도 김기림이 그런 새로운 기법을 통해 표현해내고자 했던 유동적이고 파편화된 현실의 어지러움과 복잡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이 작품의 구성상 단점으로 지목되어 왔던 결말 부분의 단조로움과 허술함 역시 달리 해석되어야 한다. 그것은 묵시록으로 대변되는 당대 현실의 종말론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미래 역사와 문명에 대한 유토피아적 기대와 소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4) 널리 알려진대로 김기림은 우리나라에 서구 모더니즘 문학과 그 이론을 선구적으로 수입, 소개한 이론가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서구 근대와 모더니즘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문제에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모색했던 점 역시 강조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그의 글과 작품들을 읽어보면 그는 서구 근대 문명과 모더니즘이 지닌 문제점과 한계를 누구보다도 첨예하게 인식하였으며, 이를 어떻게든 극복해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서구식의 문명비판적인 논의들에 관심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맑시즘에서 주장하는 제3기 자본주의론과 제국주의론, 그리고 일본 쿄토학파의 근대의 초극론 등의 핵심 이론들을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하여 그 나름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넘어서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그의 문학과 사상의 여정을 한 마디로 집약한다면 근대(적인 모순과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로 수렴될 수 있다.

 

5) 이와 함께 그는 우리 민족과 문화의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시종일관 고민하였으며,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애썼다. 민족의 현실을 놓고 고민하였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는 현실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인 미래지향적인 태도는 이상주의적이며 탈민족적인 세계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그는 서구 근대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와 민족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탈근대적인 공동체 정신의 도입과 확산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해방 직후 극심한 이념 대립의 와중에서 그가 좌우 합작을 통해 단일민족국가의 탄생을 강력하게 소망했던 여운형의 노선에 기운 점이나, <하나의 세계>라는 이념 속에서 세계 공동체의 이상을 꿈꾸었던 루즈벨트 대통령과 웬델 윌키 식의 구상에 이끌렸던 점 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6) 김기림은 서구 근대 문명이 자기 모순에 빠진 근본 원인으로 주체 중심적인 개인주의와 자민족 중심의 침략적인 민족주의(제국주의),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독점자본주의 등의 폐해를 지목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근대 이후에 도래할 세계와 문명은 이런 근대적 모순과 문제점들이 말끔하게 일소된 세계의 도래를 꿈꾸었다. 즉 개개인이 계층과 이념의 구분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나아가 각 민족들의 상호간의 문화를 준중하고 포용하여 동등한 자격으로 교류하며 발전하는 이상 세계의 도래를 꿈꾸었던 것이다. 이런 그의 사상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다문화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출현한 오늘날과 같은 개방된 세계에서 부분적으로 현실화된 측면이 있다.

 

7) 그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납북, 실종되고 만 것은 한국 문단과 지성계에 커다란 손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그가 남긴 새로운 세계와 문명에 대한 비전만큼은 오늘날과 같이 어지럽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여전히 커다란 빛을 던져주고 있다.

 

<김기림 연구>는 이런 시각에 따라 김기림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모색한 저작물이다. 종래의 김기림 연구가 서구 모더니즘 사조의 수용과 그 기법적, 수사적 특성 파악에 역점을 두었던 데 반해, 이 저서의 특징은 그가 서구 모더니즘을 어떤 입장에서 수용하고 이것을 왜, 어떻게 극복해보려 시도하였는지를 당대 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실증적인 시각에서 면밀하게 추적하여 밝힌 데 있다. 구체적으로 당시의 국제 정세와 한국이 처한 시대적 상황, 그의 문학과 사상 형성에 영향을 미친 내외의 경향과 요소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이력을 입증해줄 수 있는 자료의 발굴과 소개를 통해서 김기림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도출해내는 데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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