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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사방지> - 리딩용 대본

by 연인 2022. 4. 19.

 

 

 

사방지

 

각본 /  안태근

 

작품개요

사방지란 인물은 조선왕조실록 세조편 제28권에 나오는 실존 인물로써 여장을 하고 상전인 이순지(세조 대 재상)

의 딸 이소사와 통간을 하여 장안과 조정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그러나 사실은 폐쇄된 조선사회와 양반과 상놈이라는 이중 구조적 사회체제가 만들어낸 비극적인물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사방지는 단지 양성을 지닌 무지한 노비였다는 슬픈 운명 때문에 양반에게 유린당하고 또 악녀, 악부로 살아야 했고

짧지만 신비로운 삶을 통해 당시 양반들에게 뉘우침을 일깨워준 조선조 최대의 스캔들 주인공이자 이색적인 인물이

었다.

 

등장인물

사방지(18)- 노비

이소사(25)- 이순지의 딸

이순지(47)- 세조대 재상

경손(23)- 이순지의 아들

큰마님(48)- 이순지의 처

마당쇠(22) -머슴

섬월(18)- 여비

길면(37)-

조훈장(42)- 경손의 훈장

선당

주모

김진사

최씨

종손

세조

한명희

신숙주                                                 

 .......... 외 다수

 

 

1       프로로그

           

            (산자락에 움추린 오두막 한채. 다 쓰려진 처마 무너진 흙담이 폐가처럼 보인 다.

             그 앞 흉물스럽게 버티고 있는 큰 고목 마른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하늘이 쏟아질듯 으르렁대는 천둥소리.

             갑자기 폭우가 몰아친다.

             천지가 뒤틀리는 천둥 번개.

             고목을 찢어버리는 벼락.

             그 고목에서 구렁이 한마리가 기어나온다.

             그때 오두막이 떠나갈듯 갓난애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빗물이 뚝 뚝 떨어지는 천장.

             사지를 떨며 울어대는 갓난애기 산모옆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자지러지는 갓난애기 사내 고개를 든다. 울고있다.

             눈을 뜨고 죽어있는 산모, 사내아내의 눈을 감긴다.

             애기의 울음소리와 천둥 번개가 더욱 요란하다.

2        타이틀 백

          

            (노비문서 사방지의 이름이 있다. 그것이 t,u되며 메인 타이틀

             "사방지"

            조선왕조실록 (원본)

            그중에서 세조실록 28권이 한장 한장 넘겨지며 써브타이틀 흐르고 427일자 에서)

내레이션: 고 학생 김귀석의 처 이씨의 가인 사방지가 여복을 하며 종적이 괴이하다고 하였 으므로 본가에서 잡아다가 이를 보았더니 과연 여복을 하였는데 음경과 음낭 이 곧 남자였습니다.

3        석양 길

           

            (가마군들의 급한 걸음.

             두 채의 가마가 은밀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4       이대감집 앞

           (고대광실 사대부의 가문임을 과시하는 높이 솟은 솟을대문.

            고개를 떨구고 쭉 늘어선 하인배들 두채의 가마가 와 멎는다.

            여비인 사방지와 성월이가 다가가 가마문을 열어 준다.

            내리는 최씨 이댁 이순지대감의 안사돈이다.

            이어 다음 가마에서 내리는 여인.

            청상인 이순지대감의 딸 이소사이다.)

5        안방

         (세도가문답게 꾸며진 내실 이순지, 큰마님, 이소사, 최씨가 마주 앉았다.

          위엄이 서릿발 같은 이순지 대감 왠지 외면한채 냉냉해 있고, 그 앞의 최씨는 꼿꼿한 자세로 시종일관

          말 이 없다.

          도대체 말 할 기색이 없자 최씨가 먼저 무겁게 말문을 연다.)

       최씨제 자식이 죽은 지도 햇수로 칠년이 됐고 그동안 며늘아이에게 고생만 시킨것 같아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이순지원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제 자식이 큰 은혜를 받고있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던 터입니다.

       최씨:  하여튼 이 아이는 이제 저의 곁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소사 죽은 듯 앉았다

            그런 이소사를 못마땅히 쳐다보며)

       최씨:   앞으로 네 행동거지를 확실하게 하거라

       이소사:    ....

       최씨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큰마님: 아니 이렇게 급히요저녁이 다 됐는데...

       최씨: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일어나려 한다

       이소사: 어머님 절 받으시어요.

            (이소사 큰절을 올린다.

             받는 듯 마는 듯 최씨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가버린다.

             이순지와 큰마님 어쩔 도리없어 가만히 있다.)

  

 6        별 당  ()

             (창문에 비치는 여인의 그림자.)

 7        동 안

             (옷을 입은 채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소사.)

      큰마님: (소리) 아직 안자느냐?

             (놀라는 이소사 벌떡 일어난다)

      이소사: 어서 들어오세요. 어머님...

             (큰마님 들어와 앉으며)

      큰마님: 참 팔자도 기막히구나!

      이소사: 어머님 너무 상심 마시어요.

                제 팔자소관 누굴 원망 하겠어요.

     큰마님청상의 길이 예삿일이 아니다. 당분간 밖으로 나돌지 말고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거라. 그리고 건너 벌채에

                 경손이 글공부 때문에 특별히 모셔온 훈장 어른이 계시니 행동에 각별히 유의해야한다.

     이소사: .

     큰마님:그럼 쉬거라.

            (큰마님 나간다.

             적막이 몰려오는 이소사.)

                

    8       마당 (아침)

               (마당쇠가 신경질적으로 도끼질을 한다.

                투덜거리며 대문께를 자꾸 본다

                에헴-

                헛기침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든다.

   마당쇠: 아이쿠! 훈장어른 편히 주무셨습니까?

   조훈장: 오냐. 너는 간 밤 잠자리가 불편했던가 보구나.

   마당쇠: 아 아니옵니다.

               (마당쇠, 얼른 나무를 팬다.

               -웃으며 돌아가는 조훈장.

               큰마님과 사방지가 새벽 불공을 다녀온다.

               마당쇠, 사방지를 본다.

              사방지 본 척 만 척 지나간다.

              - 소리를 지르며 도끼를 꼽는 마당쇠.

9          헛간  ()

              (짚더미 속에서 나뒹구는 두사람.

              한참을 실갱이 한다.

              사방지가 마당쇠를 올라타고 마구 팬다.

              직성이 풀렸는지 씩씩거리며 일어나는 사방지.

  사방지: 니가 뭔데 밤마다 나오라는게냐? 니가 내 서방이 되느냐?

              (마당쇠 헤헤거리며 앉는다)

   마당쇠헤헤... 너두 시집 갈 나이가 안됐냐?

   사방지:  ...!

   마당쇠: (일어서며) 사방지야. 제발 사정 좀 들어주라.

                   니가 좋아서 안그러냐. !

               (마당쇠 덥썩 사방지를 껴안는다)

   사방지이거 못놔!

               (마당쇠를 뿌리친다.

               벌렁 나뒹구는 마당쇠.)

    마당쇠! 너 웬 힘이 그리쎄냐?

               (사방지 무안해 뛰어나간다)

    소 리: 에헴!

               (마당쇠 돌아본다.

                섬월이 질투어린 눈으로 보고있다)

10         대청앞 ()

              (노기서린 큰마님.

               무릎을 꿇고 있는 사방지와 마당쇠.

               수노 일명이 옆에 서있다.)

    큰마님: 대체 이댁이 뉘댁이라고 쌍것들이 불어 해괴망칙한

               짓을 했더란 말이냐?

    사방지: 소녀 억울하옵니다

    큰마님: 아니 그래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길명:    바른대로 아뢰지 못할까?

    마당쇠: 사실은 사방지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큰마님: 뭐라구?

    사방지: 아니옵니다. 전 절대로 마당쇠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건 모함입니다

    길명:   어허! 이것들이 어느 안전이라고. 마당쇠야!

             (길명의 눈빛이 사납다.

              마당쇠, 길명을 보고 질린다)

    마당쇠: 마님,그저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시와요. 큰마님!

            (그저 넙죽 엎드려 애원한다.

             그때 이소사가 들어온다.)

   이소사: 그만해 두시어요. 어머님.

   큰마님: 오늘은 그냥 놔두되 다시한번 내 귀에 그런 말이

              들리면 그땐 가만 두지 않으리라!

   마당쇠: 예 예 예!!

   큰마님: 어서 물러 가거라.

   길명:    !

            (모두 물러간다)

   큰마님: 사방지 넌 게 있거라.

            (사방지 돌아선다.

             멀리서 섬월이가 보고 있다.)

   큰마님: 사방지야!

   사방지: .

   큰마님: 이 시간부터 너는 아씨와 함께 지내거라.

   사방지: ?

            (이소사 사방지를 본다.

             사방지와 눈이 마주친다.

             가슴이 설레는 사방지.)

   큰마님: 왜 싫으냐?

   사방지: , 아니옵니다.

11     안방

           (들어오는 큰마님과 이소사)

큰마님: 당분간 별당을 나오지 말라고 일렀는데도...

이소사: 혼자 있기가 적적해서요

큰마님: 말이 났으니 말이다만 사방지와 함께 지내거라.

          그애는 누구라도 눈독들일 만한 애다.바느질 잘하고

          수는 또 얼마나 곱게 놓는다고....여자 중에 여자다.

          (이소사 별로 달갑지 않다.

           큰마님 수 한 푹을 가져와)  

큰마님: 이것도 그애가 놓은 것이다.

           봐라 촘촘히 얼마나 참하냐?

이소사: 그렇긴 하네요.

큰마님: 시간 보내고 시름 잊기엔 안성 맞춤이니라.

이소사:....

큰마님: 꼭 수를 놓기보다는 그앨 데리고 있으면서

            말벗이라도 하려므나.

12    별당  ()

사방지: (수를 놓고 있는 사방지와 이소사.)

            수란 것은 마음과 같은 것이라 들었사옵니다.

            마음을 깨끗이 하면 수 또한 곱게 나온다고 하옵니다.

            아씨마님 !

이소사: . 그 아씨마님이란 소리는 영 듣기 거북스럽다.

사방지: .....?

이소사: 그저 간단히 아씨라고 하렴.

사방지: 무슨 말 씀이셔요 ! 큰마님 들으시면 큰일 납니다.

이소사: 뭐 양반 천예가 따로 있냐? 주인은  뭐고 종은

           무어냐 ?

사방지: ?

이소사: 아무리 좋은 가문도 역적모의에 연루되어 유배당하면

           식솔들은 모두 노비가 되지 않으냐 ! 어디 너도 하고

           싶어 하는 쌍놈이요  종년이냐 ?

           (사방지  이소사를 이해  할 수 없다.)

이소사: 쌍놈이나  양반이나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

사방지: 누가 들을까 겁 납니다 . 아씨마님!

이소사: 들으라지  뭐 어떠냐?

           (사방지  바늘  끝이 떨린다.)

이소사넌 언제 우리 집에 들어왔지?

사방지: 3년 됐사옵니다.

이소사: 그 전 에는 ?

사방지: 동구암 임처사 어른네 있었습니다.

이소사: 그전엔?

사방지: ...

이소사: ?

사방지; 전 에미의 얼굴도 모르옵니다. 핏덩이 때 절간에

           버려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13살 때 쫓겨

           났습니다.

이소사; 아니 왜?

사방지: 재수가 없다구요.

이소사재수가 없다니?

사방지:(울먹인다) 글쎄 잘 모르겠어요. 그뒤로 이 집 저 집

           팔려다니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소사: 내가 공연한 것을 물었나 보구나. . 우리 수나 놓자

           (사방지 울고있다.)

13      뒷 담

            ( 마당쇠와  섬월이가 옥신각신이다 )

마당쇠네가 고해바치지 않았으면 어떻게 아셨겠어 ?

섬월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 넌 왜 그런 년 하구

            몹쓸 짓을 하구 그래!

마당쇠; 몹쓸 짓이라니 ! 남자나 여자나 나이 들고 때가

            되면 시집 장가 가는 거 아니냐 ?

섬월이그러니깐 사방지한데 장가 들겠다는  거냐 ?

마당쇠: 너 혹시 나 한테 맘 두는거 아니지 ?

섬월이; 몰라...

           (울어버린다 )

마당쇠: ( 어이가 없다 ) ! 너 왜 이래 ?

            너 가서 불이나 때 !

           (무안을 주고 가버린다 )

섬월이! 누가 지까지 거한테 반해서 그러나.

           지 불쌍해서 그렇지. !

14    정주간

          (김이 모락  모락 난다.

           이소사를 목욕 시키는 사방지.

           사방지의 손길에  꿈틀거리는 이소사의 육체.)

사방지: 피부도 고우시네요 ?

이소사: 별 소릴 다하는구나.

사방지: 진정이옵니다.

이소사: 고맙다. 사방지야  참 너도 들어오려므나 !

사방지: ? ( 질겁을 하며 ) 아니옵니다.

           (얼 떨결에 물을 퍼 붓는다.)

이소사:  , 뜨거  뜨거...

            (몸둘 바를 모르는 사방지.)

15    만월

           (구름 사이를 흐르는 달 )

16   별당

         (잠옷을 입는 이소사.

          사방지의 눈길이  이상하다

          그런  눈길을 느끼며 )

이소사: 뭘 그리 보느냐 ?

사방지: !? , 아무 것도 아닙니다전 이제 물러

           가겠습니다.

           (나가려는 사방지를 불러 )

이소사: 아니다. 오늘밤엔 여기서 자거라 !

사방지  (놀라 ) 아니예요.

           (놀라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이소사,

            깔깔 대고 웃는다.)

이소사: 너와 내가 어디 내외 할 것도 없지 않니?

사방지: ...그래도...

이소사: 괜찮다. 어서 와 !

           (사방지 망서린다 )

이소사: 괜찮다니까. 어머님껜 내가 말씀 드리마.

           (사방지 하는 수 없어 다가온다.)

이소사: 불꺼라!

            (사방지 불을 끈다.

            조심스럽게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돌아눕는 이소사.)

17      김진사   (회상)

            (글을 읽고 있는  김진사.

             새댁인  이소사가 자꾸 지분거리고 있다.

             책을  덮어버리는 김진사.

             이소사를 안고  쓰러진다.

             김진사, 이소사의 옷을 벗긴다.

             벗기기 쉽게 몸을 뒤척여주는 이소사.

             김진사를 와락 껴안는다.)

19     별당

          (-- - 숨을 몰아쉬는 이소사.

           사방지,그 리에 놀라 일어난다)

사방지: 아씨마님 왜 그러셔요?

          (갑자기 사방지를 덥썩 껴안는 이소사.

이소사: 사방지야 날 어떻게 해줘 응 !

사방지: 아씨마님! 이러시와요?

          (이소사,사방지 손으로 자기를 애무한다.

           사방지,차츰 이소사의 행위에 끌린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이소사.

           이번에는 사방지의 속옷을 더듬는다.

           사방지, 처음 느끼는 황홀감이다.               

이소사: 에구머니나 !?

          (이소사 벌떡 일어난다.

          사방지도 자기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벌떡

          일어나 후다닥 뛰쳐 나간다.

          혼이 나간 이소사.)

20    뒷 곁

         (뛰어와 숨을 몰아 쉬는 사방지.

          주위를 살핀후 치마를 걷고 자기 사타구리를

          더듬어 본다.

          수그러져  들어갔는지 아무것도 없다.

          한층 더 커지는 의구심.

          그때 섬월이가 뒷간에 가다말고 섬짓 놀라

          뒷걸음질 친다.)

섬월이: 누구야?

          (사방지 아무 대 꾸도 못한다.

           섬월이 자세히 보더니 다가오며)

섬월이: 사방지구나. 너 여기서 뭘하는 게야? 또 마당쇠

           기다리는 건 아닐테지!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사방지)

섬월이: ! 내가 있는 한 그리 쉽게는 안될 걸.

           정신 차려 이 맹추야!

          (톡 쏘아부치고 횅 가버리는 섬월.

           사방지, 떨고있다.)

(소 리): 사방지야!

           (공포의 얼굴.)

이소사: 게서 뭘하느냐? (단호하게)

           어서 따라 오너라!

           (이소사 총총히 걸어간다.)

21      별 당

     

           (죄인 형색을 하고 들어오는 사방지.

            얼굴이 백지장이다.

           사방지의 아랫도리를 흟는 이소사.)

이소사게 앉거라.

          (사방지 무릎을 끓는다.)

이소사: 내 묻는 말에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알겠느냐?

          (고개를 끄덕이는 사방지.)

이소사: 아까 네 몸에 있는 것이 무어냐?

사방지: 아씨마님!

이소사: 묻는 말에 대답 하래두!

          (사방지 어쩔 바를 모른다.)

이소사: 할 수 없구나. 옷을 벗어라!

사방지: 아씨마님! 제발...

이소사: 어서!

          (사방지 치마를 벗는다.)

이소사: 속옷도 벗어!

          (사방지, 차마 벗지 못한다.

           이소사, 속옷을 잡아내린다.

           아랫도리를 트는 사방지.

           이소사, 따라다니며 살핀다)

이소사: (실망해서) 아니 아무 것도 없질 않느냐?

          (사방지, 복바치는 서러움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낀다.)

사방지: 몰라요. 모르겠어요.

          (이소사, 낭패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소사: 울긴 왜 우느냐! 아까는 분명히 무엇이 솟아 있질

           않았어? !

사방지: 아녜요. 아니란 말예요

이소사: 도대체 이게 웬 조화 속이냐?

          (마음을 누구려 뜨리고) 애야 괞찮다.

           필경 네가 무슨 사연이 있다 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다.

           절대 발설하지 않을테니 내게만 얘기해다오. 약속하마.

          (사방지 마음을 열까 망서린다.

         그것을 놓지지 않고)

이소사: 어서!

사방지  모르는 일이옵니다만 제가 크면서 부터 가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요.

이소사: 그런 일이라니?

사방지: 잠자리에서 이상한 꿈을 꿀 때나 머슴애들이 제 몸을

           만질 때 말입니다.

이소사: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사방지: 쇠뿔이 돋아난단 말예요.

이소사: 뭣이!?

사방지: (부복하며) 아씨마님! 죽여주시어요. 그것 때문에

           쫓겨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사방지, 매우 섧게 흐느낀다.)

이소사: (탄식하며) 맙소사!

           (노여움이 차오르는 이소사.)

이소사: 에이 발칙한 것! 어서 옷 입지 못해!

           (사방지 울음이 쏙 들어간다.)

          

22      냇가

            (빨래를 하고 있는 사방지.

            맥이 빠져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섬월이 아낙들과 수근대며 웃는다.

            사방지가 자기를 비웃는 환청으로 들린다.

            빨래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도 모른다.

            더 웃어대는 아낙들의 환영.

            사방지가 견디다 못해 일어선다.

            섬월이 의아해 본다.

            쫓기듯 도망치는 사방지.

            그 뒤를 쫓아오는 아낙들의 환영.)

23       별당 앞

      

            (활짝 만개한 매화를 보고 있는 이소사.

             간밤에 해괴한 일을 상기하며 야릇한 흥분을

             느낀다.

             몸을 꼬는 이소사.

             순간--몸을 사린다.

             별채에서 조훈장이 자신를 보고 있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는 이소사.

             그때 사방지 쭈빗 쭈빗 들어온다.

             조훈장  돌아선다.

             이소사 문을 슬그머니 열고 내다본다.

             조훈장은 간데없고 사방지가 문앞에 웅크리고

             있다.

             사방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이소사: 게서 뭘하느냐?

사방지: (깜짝) 큰마님이 진지 들러 오시랍니다

이소사: 알았다

          (문이 쾅-닫혔다 열리며)

이소사: 잠시 들어오너라

24      동 안

           (사방지, 이소사의 눈길을 피한다.)

이소사: 너 왜 날 피하지괜찮아. 아무 걱정할 것 없다.

           (욕정에 타는 이소사의 눈.)

            DIS

           (육촉을 밝히는 이소사.

            사방지 초조하게 앉는다.

            이소사, 사방지의 옷을 벗긴다.)

이소사: 넌 참 귀여운 아이구나.

사방지: 아씨마님!

이소사: 괜찮아.

          (이소사, 사방지의 몸을 어루만지나 와락 껴안고

           몸부림친다.

           사방지의 몸을 핥는 이소사.

           사방지, 견딜수 없다.

            비젼

            뱀에게 엉겨있는 사방지의 에미.

            그 얼굴은 이소사의 모습이다.

            뱀의 그 붉은 혓바닥이 제 에미를 핥는다.

            숨가쁜 신음소리.)

(소리):  네 에미는 널 먹구렁이에게서 잉태 했느니라!

           (-비명을 지르며 벌렁 나자빠지는사방지.)

이소사: 왜 그러니 사방지야?

사방지: 아씨마님! 절 죽여 주시어요.

이소사: 쓸데없는 걱정마라.

          (사방지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닦아주는 이소사.

           사방지, 이소사의 가슴을 파고 든다.

           꼭 안아주는 이소사.)

25     마당 (아침)

       

          (마당을 쓸고 있는 마당쇠.

           별당에서 나오는 사방지와 마주친다.)

마당쇠: 헤헤헤, 사방지야.

          (사방지 피해간다.)

마당쇠: 사방지야! 너 부르는 소리 안들리냐?

사방지: 이 녀석이 징그럽게 왜 이래!

마당쇠: 이 녀석이라니? 아니 네가 아씨마님과 며칠 지내더니

           흡사 아씨마님이라도 된 듯 하구나!

사방지: , 아씨마님!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가버린다.

           뜨악해 쳐다보는 마당쇠.

           그것을 지켜보는 조훈장.)

26             

          (이순지와 마주앉은 큰마님)

이순지: 무슨 일이 있었오?

큰마님: 아무래도 마당쇠와 사방지를 맺어주어야 할까봐요.

이순지: 딸아이가 온지도 얼마 안됐는데 더 두근봅시다.

큰마님: 저것들이 그러다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아 그래요.

이순지: 무슨 일이라니?

이소사: (소리) 어머님!

           (들어오는 이소사.

            아침 인사를 올린다.

            왠지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이순지: 너 오랫만에 얼굴이 밝구나!

           (생글거리던 이소사 찔끔한다)

큰마님: 사람들 이목도 있고 하니 맘 편하다고 밖으로 보이지 마라.

이소사: .

           (이순지 자리를 뜨며)

이순지: 그렇다고 찡그리고 다닐 수야 없잖소.

            (나간다)

큰마님: 애야 사방지와 말벗이 잘 되는 모양이구나?

이소사: (머뭇 )....

큰마님: 그나저나 간밤 꿈이 참 이상하구나.

이소사: (섬칫하다)..무슨 꿈을...?

큰마님: 글쎄 꿈에 병모가지가 툭 부러지지 않겠니?

           (순간- 이소사 파르르 떤다 )

27     암자

        (모월이 점괘를 짚는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큰마님과 이소사)

묘월: (빙긋 웃으며) 자제분께서 이번에 과거를 보셨지요 ?

큰마님: , 그렇네만...

묘월: 아무 걱정말고 돌아가셔서 어사화 받을 채비나 하세요

큰마님" 그게 정말인가?

묘월: 호로병이 모가지가 떨어졌으니 그 병을 잡자면 두 손으로

         떠받칠 수밖에 없질 않습니까?

         아드님은 이제 여러 사람이 떠받드는 귀한 몸이 되실

         겝니다.

        (이소사 한숨이 놓인다.

         뛸듯이 기뻐하는 큰마님.)

28     

          (들어서는 큰마님과 이소사.

           경손이 어사화를 꽃고 대청에 의젓이 앉아있다.

           그 옆에 조훈장도 와 있다.)

큰마님: 아이쿠 경손아! 간밤 꿈이 딱 들어 맞았구나!

경손: 어딜 다녀 오셨습니까? 누이 오랫만이오.

        자 어머님 절 받으십시요.

큰마님: 오냐 오냐.

          (경손 큰절을 올린다.)

큰마님: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경손: 어머님의 공과 훈장어른의 가르침 덕입니다.

        (경손 누이와도 인사를 나눈다.

         조훈장 가끔 이소사를 훔쳐본다.)

이순지: 마당쇠놈을 종가집에 보냈소.

           어서 잔치 채비나 하시오.

큰마님: ! 내가 이럴 틈이 없지.

29      오솔길

          (부리나케 뛰어가는 마당쇠.

           뛰어가는 모습이 가관이다.)

30     집안

          (구석 구석 잔치준비로 부산하다.

           돼지잡고 떡 치고, 전 부치고, 술 거르고

           큰마님은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아랫 것들을 부리고 있다.

           섬월이 전을 부치다 낼름 집어 먹는다.)

큰마님: 섬월아! 사방진 어디 갔느냐?

섬월이: (우물 우물) 별당예요.

큰마님: 별당은 왜?

섬월이: 아씨마님이 잠깐 부르셨어요.

큰마님: 힘 뒀다 어디다 쓴다던 빨리 와서 떡치라고 하여라.

섬월이: .

          (뛰어간다)

31     별당앞

           (섬월이 헐레벌떡 뛰어와)

섬월이: 사방지야!

32       

           (새 옷감을 놓고 사방지의 품을 재는 이소사.

            부르는 소리에 사방지 나가려는데 이소사 제지한다.)

33      별당 앞

           (이소사가 문을 열며)

이소사: 왠 일이냐?

섬월이: 큰마님 께서 사방지더러 떡을 치랍니다.

이소사: ...떡을?

34      대청 앞

           (잔치상을 차리는 노비들의 분주한 모습.

            한쪽에서 사방지 떡메질을 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있는 큰마님.)

큰마님: 별 일이야 저리도 여린애가 어디서 저런 근력이 나올까?

          (이때 이소사가 나온다 깜짝 놀랜다.)

이소사: 아니 몸 상하면 어쩔려구...

          (얼른 떡메를 뺏어 섬월에게 준다.)

섬월이: 사방지가 얼마나 근력이 좋은데요.

          (사방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35    대문 앞

       (들어오는 가문의 여러 어른.)

종손: 어흠!

       (도포를 휘날리며 기세가 당당하다.

        이순지 쫓아와 인사를 나눈다.)

이순지; 어서 오십시요 형님.

종손: 그래 아우 잘 있었는가?

이순지: 그렇습니다 .자 어서들 들어가십시다 .

        (어그적 거리며 나타나는 마당쇠.)

36     대청 

       (딱 부러지게 차려진 잔치상.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였다 .

        경손 옆에 조훈장도 앉아있다 .)

종손: 잠영 세족으로 드높은 우리 가문의 또한 큰 영광이로다 .

        계속 정진토록 하라 .

경손: 예 백부님 !

이순지: 시장하실 터인데 우선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 나누시지요.

종손 : 어흠 ! 참 그러세 . 조훈장께서 그동안 노고가 많았소.

         한잔 드시지요.

조훈장:

          (조훈장 받아 마시고)

조훈장: 어르신께 한잔 올리겠습니다.

종손: 그럽시다. 우리 오늘 마음껏 마시고 한번 놀아 봅시다.

        허허허허...

37    마당 

         (어느새 놀이가 한창이다.

          신명나게 놀아대는 마을 사람들.

          덩실 덩실 춤을 추고, 북 장구 꾕가리도 지축을

          울리며 요란하다.

          잔치의 절정을 이룬다.)

38     별당  ()

          (불을 밝히는 이소사.

           사방지의 옷을 자기 품에 대본다.

(소리)  아씨마님 !

이소사: 그래 사방지구나.

          (문을 열어주며 사방지를 끌어 들인다.)

이소사: 오늘 수고 많았다.

사방지: 수고라니요, 저희들이야 어디...

이소사: (옷을 들며 ) 잘 맞는지 한번 입어보렴.

          (옷을 입히는 이소사.)

이소사 : ! 그러고 나서면 양귀비 뺨치겠구나 !

            (문갑에서 염낭을 꺼내주며 )

이소사: 이것도 가져라.

            (사방지 무심코 받는다.)

이소사: 그 안에 든거 잘 간수해라.

          (사방지 꺼내 본다.

           금가락지가 나온다.)

사방지: 아씨마님 ! 대체 어찌 이러십니까? (떨리는 손을

           내밀며 ) 제발...

이소사: (안색이 변해) 제발? 왜 내가 어찌 한다더냐?

           (사방지 고개를 숙인다 )

이소사; 내가 싫으냐?

사방지; 아니옵니다 아씨마님.

이소사; 만일 네가 날 피하는 날에는 이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망신을 줄게야.

사방지; ? 아씨마님 그것만은.....

이소사: 그러니까 시키는대로 해라. 알겠느냐?

사방지: .

이소사: 그리고 그 물건은 다른 뜻에서 주는 게 아니다.

           네가 평생 동안 지니고 다니라고 주는 거야

사방지 : 고맙습니다. 아씨마님!

39      동 밖

         (경손이 마당쇠를 데리고 문 앞에 선다.

          마당쇠 초롱에  불을 밝혔다)

경손 누님 계시오.                                      

40       동 안

           (놀래는 이소사 그러나 냉정을 찾으며 문을 연다 )

이소사 : 동생인가? 들어오게.

           (경손 들어온다.

            몸을 사리며 나가는 사방지.

            경손, 사방지의 옷차림에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다.)

이소사이 시간에 왠 일인가?

경손:     , 예 내일 아침 일찍 궐로 들어가 봐야 합니다.

            그래서 미리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이소사며칠 쉴 틈도 없이?

경손:     어명을 받잡고 암행을 떠나야 할 겝니다.

이소사장하시오. 부디 목민관의 본분을 다해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 주시게.

경손:     .

41       

           (마당쇠가 사방지에게 치근덕거리고 있다.)

마당쇠사방지야, 제발 이러지 마라.

            나 죽는 꼴을 보고 싶어?

           (사방지 들은 척도 안한다.)

마당쇠:  조금 있다가 뒷 곁으로 나와. 내 꼭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문이 열리며 경손과 이소사가 나온다.

            고개를 숙이는 사방지와 마당쇠.)

경손 :    너무 상심 마시고 마음 편히 쉬십시오.

이소사알겠네. 조심하게.

           (경손, 지나치려다 돌아서서)

경손 :    사방지야!

사방지:  .

경손 :    너 아씨마님, 정성을 다해 보살펴 드려야한다.

            알겠느냐?

사방지 : .

이소사 : 원 동생두 내 걱정일랑 너무 하지말게.

           (경손 총총히 걸어간다.

            사방지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소사, 사방지의 어깨를 잡으며)

이소사 : 사방지야 들어가자.

42      행랑채

           (섬월이 술상을 봐 온다.

            문 앞에 와 목청을 다듬는다. )

섬월:     마당쇠야.

           (문을 여는 길명.

            섬월이 실망한다.)

길명 : 어이쿠 그래도 섬월이 밖에는 없구나.

섬월 : 마당쇠는요 ?

길명 : 마당쇠 ? 아직 안 들어왔다.

43     뒷 곁

          (마당쇠 눈이 빠지게 사방지를 기다린다.

           아직도 별당엔 불이 켜있다.

           투덜거리는 마당쇠.)

44     별당

          (이소사 사방지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사방지는 가시방석이다.)

이소사 : 너 어디서 힘이 솟는지 네 몸은 아무래도 보물덩이야

           (사방지 묵묵히 앉아 있다.)

이소사 : 아무 일이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사방지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이소사 : 떡치는 거 말이야

           (사방지 이제 알아 듣는다.)

이소사 : 여자는 여자다운 일을 해야 해 알겠지 ?

사방지 : .

           (이소사 사방지의 팔을 열심히 비벼댄다.)

          

45     동 밖

          (중문을 살며시 들어서는 마당쇠.

           삐꺽--- 소리가 난다.

           순간 - 별당밖에 왠 그림자가 획 사라진다.

           놀라는 마당쇠.

           별당의 불이 꺼진다.)

46     마당  (아침)

          (입이 째지게 하품하며 나오는 마당쇠.

           사방지를 보자 화가 잔 뜩 난다.)

마당쇠 : 이 몹쓸 계집애야 !

사방지 : , 계집? 너 지금 누구보고 계집...

           (얼른 입을 다문다.)

마당쇠 : 그럼 니가 계집이지 사내야 ?

사방지 : (본다)...!          

마당쇠 : 조심해 이것아, 어떤 놈이 아씨 방을 넘보고 있어.

사방지 : ?

           (마당쇠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

사방지 : 너 지금 뭐라고 했지 ?

마당쇠 : 어떤 놈이 아씨 방을 엿보더란 말이야

           (순간 얼굴색이 변하는 사방지.)

마당쇠 : 아마 과부보쌈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잘못해 네가 당하면 어쩌지?

사방지 : (애써 태연하게) 너 보기 싫어 보쌈이라도 당했으면

            좋겠다.

마당쇠 : 사방지야. 너 내맘을 그렇게도 몰라주냐 ?

            제발 그러지 좀 마라. !

           (멀리 조훈장이 쳐다보고 있다.

            사방지, 조훈장을 보고 인사를 드린다.

            놀라 돌아보는 마당쇠.)

사방지 : 나 갈께.

           (마당쇠는 황급히 빗질을 한다.

            못 본척 딴청을 피우는 조훈장.)

47      별당

           (쪽을 찌던 머리가 풀어지며)

이소사 : 뭐라고 ? 어떤 놈이 감히 별당 담을 넘더란 말이냐!

           (허나 찔린다.)

사방지 : 마당쇠가 분명 봤답니다.

           (이소사 당황하나 내심 감추고 )

이소사 : 걱정 마라. 내 마당쇠 그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사방지 : 마당쇠요?

이소사 마당쇠가 네 마음을 돌리려고 꾸며댄 것일 게다.

사방지 : ...?

이소사 : 사방지야. 당분간 마당쇠에게 잘 대해줘라.

           (문갑에서 엽전 몇푼을 꺼내준다.)

이소사 : 내가 줬다고 하지말고 가끔 술이나 마시라고 줘라.

사방지 : 왜 그러셔요. 아씨마님?

이소사 : 내시키는대로 해. 우리 절에 가 며칠 지내자.

           (사방지 걱정이 쌓인다.)

48     안방

이소사 : 저 암자에나 며칠 다녀 오겠습니다.

큰마님 : 갑자기 암자에는 ?

이소사 : 바람 좀 쐬려구요.

큰마님 : 에미가 가야 하는데...

이소사 : 어머님께서요?

큰마님 : 그래, 우리 경손이 잘 되게 해주신 부처님께 감사를

            드려야지.

이소사 : ...

큰마님 : 같이 갈까?

이소사 : 잔치 치르시느라 피곤 하실 텐데.

            제가 가서 드리겠습니다.

큰마님 : 그래 알았다.

49      심산유곡

            (사방지가 손을 내밀어 이소사를 끌어준다.

             이소사 날아갈 듯 마음이 가볍다.)

50       안방

이순지 : 벌써 밖으로 내돌리면 어떡하오!

큰마님 : 하두 답답하다기에 ...

이순지 : 이거 사대부의 가문으로 개가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큰마님 : 조훈장이 어떨까요?

이순지 : 조훈장?

큰마님 : 딸년 보는 눈이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자꾸 별당을 넘보는 걸 보면 마음에 두는 것 같아요.

이순지 : 글쎄 ....

큰마님 : 어디 멀리 데리고 가 살면 누군들 알겠습니까 ?

           (이순지 단언을 못내린다.)

51    

          (목탁을 치며 독경 하는 스님.

           이소사와 사방지가 무릎을 꿇고 있다.

           사방지는 열심히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이소사는 별 관심이 없다.

           사방지의 진지한 모습.)

52     폭포

          (쏟아지는 물줄기.

           그 힘찬 소리가 이소사의 공허한 마음을 때린다.)

이소사 : --온통 마음까지 씻어내리는 것 같구나 !

           (사방지는 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소사 : 넌 좋지 않느냐?

사방지 : 걱정이 됩니다.

이소사 : 또 그 소리야 ? 내 다 알아서 하겠다는데 또 무슨 걱정 !

           (그래도 사방지는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이소사 어떡하면 사방지의 관심을 돌릴까 궁리

            하다가 헛발을 디딘 것처럼 물속으로 풍덩 빠진다.

            사방지 놀라 쳐다보면 허우적거리는 이소사.

            사방지 뛰어들어 이소사를 잡는다.

            이소사 잠수해 도망다닌다.

            쫓던 사방지 장난임을 안다.

            사방지의 목을 끌어안아 이소사.

            어우러져 물속으로 스르르 잠긴다.)

                                                        

                                                             (O.L)

53      승방 ( )

           (두 사람의 뜨거운 몸부림.

            사방지 적극적이다.

            탈진해 버리는 이소사.)

54      숲 길

           (하산 하는 두 사람.

            맥이 쭉 빠져 걷는다.

            갈 때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55      마당

           (두 사람의 몸가짐이 부자연스럽다.)

큰마님 : 아니 네 얼굴이 왜 이 모양이냐 ! 어디 아팠냐 ?

이소사 : 아니옵니다. 절 음식이 좀 입에 맞질 않아서요.

큰마님 : 그래 ! 어서 들어가 쉬어라.

           (들어가는 두 사람의 뒤에서)

큰마님 : 물 데워 목간하고 쉬거라 !

이소사 : .

56      정주간 ()

           (통 속에 사방지가 눈을 감고 앉아있다.

            팔을 걷어부치고 사방지의 몸을 씻겨주는

            이소사.

            그것을 보고 있는 눈.)

57      동 밖

           (놀라 눈을 떼는 마당쇠 기가 차다.

            마당쇠의 뒷덜미를 잡는 손.

            재갈을 물린 채 끌려간다.)

58       

           (조훈장 마당쇠를 놔 준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마당쇠.)

마당쇠 : 아이구 훈장어른, 살려주시와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조훈장 : 무엇을 보고 있었느냐?

마당쇠 : 아무 것도 아닙니다요 . 아무것도....

조훈장 : 네 이놈!

마당쇠 :훈장어른 제발 살려만 주시어요 . 제발!

조훈장 :그러니 어서 말 하거라.

마당쇠 :사실은 아씨마님께서 사방지의 몸을 씻겨주고

            있었습니다요.

조훈장 : 그래?

        

59      주점

           (마당쇠에게 술을 권하는 조훈장.

            마당쇠 거나하게 취했다.)

조훈장 : 마당쇠야!

마당쇠 : - -

조훈장 : 오늘 봤던 일을 절대 입밖에 내서는 안된다. 그리고

            내말 잘 들어야 한다.

마당쇠 :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훈장, 마당쇠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마당쇠 : ?

60       별당

           (이소사를 집적거리는 사방지.

            피하는 이소사.

            사방지 몸이 달았다.)

이소사 : 오늘은 안 돼 ! 그 날이야.

           (사방지 씨근거린다)

이소사 : 조금만 참아. 알겠지?

           (사방지, 할 수 없이 단념한다.)

61      길거리

           (마당쇠 비틀거리며 오줌을 싸고 있다.)

마당쇠 : 사방지가 그럴 리 없어 사방지는 아니야!

           (마당쇠 울먹인다.)

62       별당

            (이소사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가는 사방지.)

63       동 밖

            (휘엉청 달이 밝다.

             사방지 끓어 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한다.

             불켜진 섬월이 방을 본다.)

64       뒷 곁

           (사방지 걸어간다.

            그때 마당쇠가 행랑채로 가다가 사방지를 발견한다.

            사방지, 섬월이 방으로 들어간다.

            술이 깨는 마당쇠.)

65      섬월이 방

섬월이 : 이 밤에 다 오고 왠 일이냐 ?

사방지 : 왜 내가 못올 데 왔냐 ?

섬월이 : 그래두...

          (사방지 대뜸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66       동 밖

            (마당쇠 귀를 기울인다.)

사방지 : (소리) 난 마당쇠 따위 필요 없으니 신경 쓰지마.

            (마당쇠 불을 끈다.)

67       섬월이 방

섬월이 : 너 그거 정말이지 ?

사방지 : 그렇다니까.

섬월이 : 고맙다. 사방지야...!

           (사방지의 보는 눈이 이상하다.)

섬월이 : 왜 그렇게 쳐다보고 그래!

            내 얼굴에 뭐가 붙었냐?

사방지 : 니가 이뻐서 그런다.

섬월이 : ! 너 날 놀리는거냐?

            요 계집애가....

           (사방지를 장난스럽게 때린다.

            섬월이 손을 잡는 사방지.

            보는 눈이 예사스럽지 않다.)

섬월이 : 사방지야, 왜 그래? !

           (사방지 그대로 섬월이를 끌어 안는다.)

섬월이 : 애가 징그럽게 왜 이래, 저리 비키지 못해...

           (사방지 놔 주질 않는다.

            발버둥 치는 섬월이.)

68      동 밖

           (마당쇠 눈이 커진다.)

69      섬월이 방

           (사방지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는 섬월이.

            사방지, 섬월이의 속옷을 내린다.

            섬월이 찢어지는 통증에

            -

            그 순간 마당쇠가 뛰어든다.

            사방지를 뒤집어 엎는다.

            사방지 몸을 움추린다.

            놀래 자빠지는 마당쇠.

            사방지의 쇠뿔을 본 것이다.

            문 앞에 서있는 조훈장과 길명.)

70      안방 앞

이순지뭣이!

           (길명 고개만 수그리고 있다.)

이순지그게 사실이렸다 !

길명:     지금 그년을 고방에 가둬 놨습니다

이순지 : ...알았다. 모두 입 꽉 다물고 있거라.

길명 :    !

           (이순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71      고방

           (들어서는 이순지와 길명.

            구석에 처박혀 있는 사방지.

            이순지 얼굴에 경련이 인다.)

이순지:  에이 괴씸한 것! 이봐라!

길명 :    .

이순지 : 저 것을 꽁꽁 묶어라!

길명 :    .

72      별당

           (노기 등등해 들어서는 큰마님.

            차마 말을 못하고 쳐다만 본다.

            영문을 모르는 이소사.)

이소사 : 무슨 일이 있었어요, 어머니?

큰마님 : 사방지가 사내라는 게 사실이냐?

이소사 : ...아니 ?

큰마님 : 알고 있었구나!

이소사 : 어머니, 흐흐흑...!!

큰마님 : 대체 어찌된 일이냐 그 아이가 사내라니?

            말좀 하여라.

이소사 : 어머니 이 년을 죽여 주시어요.

            아무 것도 묻지 마시고....

큰마님 : 이런 날벼락이 있나? 이 일을 어쩌면 좋을꼬...

            에이 꼴도 보기 싫다!

           (큰마님 쓰러져 버린다.)

73      뒷곁

           (조훈장 별당 쪽을 보고 있다.

            마당쇠가 큰마님을 업고 간다.)

조훈장 : 아니!

           (이소사가 허겁지겁 달려나온다.

            그 앞을 가로막는 조훈장.)

이소사 : 훈장어른께서 웬 일로...

조훈장 : 그 애는 잊어버리십시요.

이소사 : ...!!

조훈장 : 이 사람의 간청을 들으심이 해가 되지 않을겝니다.

이소사 : 말씀은 고마우나 이 일은 훈장께서 관여 할 문제가

            아닙니다.

           (급히 가버리는 이소사.

            조훈장 그런 이소사가 측은하다.)

74      고방

           (들어오는 이소사

            사방지를 보니 기가 막힌다.)

이소사 : 사방지야

사방지 : 아씨마님 흐흐흑...하잘 것 없는 것이 아씨마님의

            은혜도 모르고 흐흐흑..

이소사 : 울지마라. 운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사방지 : 이 몸 하나 죽는 거야 별 것 아니지만 아씨마님이

            다치시면 어찌 하지요?

이소사 : 다 하늘의 뜻이다. 난들 어찌 하겠느냐!

            허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비겁하지 말아라!

사방지 : 아씨마님!

75       안방

           (몸져 누운 큰마님.

            이순지는 연신 곰방대만 빨고 있다.)

이순지 : 집안 꼴이 말이 아니오. 경손이 앞 날도 그렇고....

큰마님 : 차라리 진즉에 조훈장과 내보낼 것을....

이순지 : 이럴 줄을 꿈에나 생각 했겠소?

큰마님 : 그래 어쩌시렵니까?

이순지 : ....

큰마님 : 집안이 망할려면 그런 것이 나온다는데 그런 끔찍스런

            것이 우리 집안에 있었다니....

           (몸을 부들부들 떤다.)

이순지 : 그것을 내일 당장 없애버리겠소.

큰마님 : 죽인단 말씀이요?

이순지 : 살려두면 우리집안에 후환이 있을 것이오.

           (이순지 치를 떤다.)

76      별당

           (이소사, 자신이 만든 사방지의 옷을 만지며

            울고 있다.)

77      마당 (아침)

           (비가 쏟아진다.

            비를 맞으며 걸어오는 이순지.

            그 뒤를 길명, 마당쇠가 따른다.)

78      고방 앞

           (문을 여는 마당쇠.

            길명과 마당쇠가 들어간다.)

:       -?

           (사방지가 없어졌다.

            뛰어나가는 길명.)

길명 :    없어졌습니다.

이순지 : 뭣이?

길명 :    줄을 끊고 도망을 갔사옵니다.

이순지....누가 도주를 시켰구나.

79      별당

           (문을 여는 이순지 그대로 굳어버린다.

            어지러진 방안.)

이순지 : 허어. 이런 낭패가 또 있나!

           (비틀 중심을 잃는 이순지.)

80      비각

           (비를 피하고 있는 사방지와 이소사.

            사방지 추위에 떨고 있다.

            사방지를 꼭 안아주는 이소사)

                                                      (F.O)

 

81      움막

           (F.I)

            만산홍엽의 가을이다.

            조그마한 움막 한채.

            이소사가 벌통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그 곱던 얼굴이 많이 상했다.)

82      동 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소사.

            남장을 한 사방지가 술을 진탕 먹고 있다.)

이소사 : 허구한 날 이 무슨 꼴이오?

사방지 : 술이나 더 가져와!

이소사 : 그렇게 술만 마시다간 제 명에 못삽니다.

사방지 : 나 같은 것은 사는 게 죄야.

            잔소리 말고 술 줘!

이소사 : 그러지 마시고 제발 바깥바람 좀 쐬세요.

            사내가 집안에만 박혀 있으면 성질 나빠져요.

사방지 : 사내? 흐흐흐... 그렇지 내가 사내지!

            허지만 날 사내로 봐 줄 인간은 아무도 없어, 없다구!

이소사 : 쓸데없는 소리 마시고 오늘은 밖에 좀 다녀오세요.

           (동전 몇 푼을 조끼주머니에 넣어준다.)

이소사 : 더 드시고 싶으면 아래 주막에 가서 드세요. 술친구라도

            사귀면서...

사방지 : 아니야. 날 쫓아낼 생각 마 난 못 나가, 못 나가!

이소사 : 이 집 주인이 누군데 누가 누굴 쫓아내요.

            우리가 여기 까지 온것은 이런 말싸움이나 하자고

            온건 아니지요?

          (사방지 이소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83      오솔길

           (터덜터덜 내려가는 사방지.

            흘러내리는 바지를 자꾸 추스린다.)

84      주막 앞

           (사방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온다.

            선뜻 주막에 들어가지 못하고 망서린다.)

85       

주모 :    아이구 어서 오슈.

           (망서리는 사방지의 손을 끈다.)

사방지 : 술 한 되 줘요.

주모 :    -

           (사방지 자기를 보는 한 중년사내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피한다.

            주모 술상을 가지고 와)

주모 :    아이고 어느 댁 분이신데 이렇게 곱게 생기셨을까?

            우리 집은 처음이지요?

사방지 : 어서 술상이나 놓게.

주모 :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내가 넋이 나갔구먼.

           (술상을 놓고 가며)

주모 :    생긴 것은 색시 같은데 뚝뚝하기는....

           (중년 주모의 엉덩짝을 찰싹 붙여대며)

선달 :    정신 차려! 그저 젊은 것만 보면 엉덩이가 좀이

            쑤시나 쯔쯔쯔....

주모 :    어이구, 이 백수건달 그놈의 입을 그냥...

선달 :    입이고 엉덩이구 술이나 더 줘.

주모 :    , 고만 좀 해요. 대낮부터 고주망태가 되니 마나님께서

            도망을 갔지!

           (주모 가려다 말고 선달 옆에 앉으며)

주모 :   (작은 소리로)오늘은 두 군데나 되요. 그만 드시고

            들어가 좀 쉬어요.

선달 :    그까짓 두 군데 가지고 뭘 그래?

주모 :    어이구 인제 나이가 있잖아요.

            일 끝내고 맘껏 드세요.

선달 :    나 참!

사방지 : 주모! 여기 한 되 더 주슈.

주모 :    예예.

           (선달 일어난다.

            주모 술을 가져와 사방지 앞에 앉는다.)

주모 :    아까는 미안 했수다.

           (사방지 들은 척도 안고 술을 따른다.

            주모, 사방지의 손을 잡는다.)

주모 :    아이구, 살결도 곱기도 해라...

(소리):  주모, 주모!

          (주모 깜짝 놀란다.)

과객 :   오랫만일세!

주모 :  (일어나며) 뉘시더라?

과객 :   어허, 그새 주인이 바뀌었구만.

          (자리에 앉으며) 허기사바뀔 만도 하지.

          (주모 손뼉을 친다.)

주모 :   맞어! (쪼르르 가) 아이구 난 또 누구시라고 쇤네가 미처 몰라봤수.

          (술을 마시던 사방지 차마 도아보지 못한다.)

과객 :   그래도 옛 주인을 잊진 안았네 그려.

주모 :   그래 과거 보러 간지가 언젠데 이제야 오시는 게요?

과객 :   에햄!

주모 :   행색을 보니 정말 암행이라도 다녀오시나 봅니다.

과객 :   하하...맞네. 맞어! 네 그동안 한양 과수댁들 암행

           좀 했지!

주모 :   호호호... 그러면 그렇지 그 코 값을 안 할 수 있남!

과객 :   노자가 떨어져 할 수 없이 그렇게 됐네. 그건 그렇고

           어서 술 줘!

주모 :   , 내가 왜 이러지!

         (사방지, 술이 몹시 취했다

          주모 술상을 가져 와 따라주며)

주모 과수들하고 재미 본 애기 좀 들려주시구려?

과객 재미! 말도 말게. 청상계에 끌려 가가지고 이 모양

          이 꼴이 됐네.

주모 청상계요?

86    움막 ()

         (호롱불 아래 이소사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깜박 졸다가 바늘에 찔린다. 정신을 가다듬고...

          이소사, 방문을 열어본다.

          걱정이 된다. 광솔불을 붙여 밖으로 나간다.)

87    돌부처 앞

         (아리따운 여인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돌부처 뒤에서 쓱 나타나는 선달.

          여인 옆으로 가 여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 때 인기척에 주위를 살피는 선달.

          빛이 다가오자 선달, 후다닥 도망을 친다.

          불을 밝힌 이소사가 그 옆을 지나간다.

          다시 열심히 빌고 있는 여인.)

88    주막 앞

         (주모, 과객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할 수 없이 떠밀리는 과객.)

89    동 안

         (술청으로 들어오는 주모)

주모:   그 양반 피골이 상접해가지고도 계집 탐은... 사내들은

          술만 들어가면 늙으나 젊으나...

         (자리에 사방지가 없다)

주모:  ...?

         (자리로 다가온다.

주모:   아이쿠 머니나!

         (사방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주모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주모:   이보오, 젊은이! 젊은이!

         (인사불성이 된 사방지.

          주모사방지를 일으켜 세운다.

          이때, 헐레벌떡 들어서는 선달.

          주모,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선달:   횡재했군.

주모:   개눈 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누굴 음흉한 사람으로

          보구 그래? 일은 잘 됐어요?

선달:   한 군데는 못했어.

주모:   못하다니요?

         (선달, 사방지를 본다.)

선달:  (소리)있다가 얘기 해 줄께.

         (자고 있는 사방지, 저고리가 걷어 올려져 젖무덤이

          불룩 솟아 있다.)

선달:   아니 여자 아냐?

         (주모 사방지를 내려다본다.)

주모:   세상에나!

         (주모 물러서자 사방지 쓰러진다.)

주모:   어쩐지 살결이 곱다 했지!

         (선달, 사방지에게 정신이 팔렸다.

          주모, 사방지를 깨운다)

주모:   이봐, 이봐 색시! 어서 정신 차려

         (사방지를 억지로 일으켜 앉힌다.)

선달:   아 좀 살살 하지 그래.

주모:   어이구 젊은 색시를 보니 또 생각이 드는

          모양이구려.

         (사방지를 놓고 두 사람 티격태격 하는 데 이소사가

          들이닥친다. 사방지를 붙들고)

이소사: 여보, 여보. 그만 정신 차려요.

          (이소사 사방지를 일으켜 겨우 부축해 간다.

           주모와 선달 그저 쳐다보고 있다.)

90     오솔길

          (사방지를 부축해 힘겹게 가는 이소사.

           사방지는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주모:   (소리) 뉘댁 도령이신데 이리 곱게 생기셨을까?

선달:   (소리) 아니! 여자 아냐?

주모:   (소리) 어쩐지 살결이 곱다 했더니 여자였구먼!

          (이소사 돌 뿌리에 채여 넘어진다.

           쓰러지는 두 사람.

           이소사 황급히 일어나려다 무릅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이소사: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사방지: 응 난 괜찮아.

이소사: 왠 술을 그리 많이 마셨어요? 그러다 몸 버리면

           어쩔려구요.

사방지: 나도 모르겠어.

          (사방지 여전 울고 있다.)

91     움막 ()

          (꿀물을 타주는 이소사. 사방지 꿀꺽꿀꺽 마신다.)

사방지: 벌써 꿀을 땄소?

이소사: 벌통 논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따요. 요 밑에

           꿀집에서 좀 얻어 왔어요. 상 차릴 게요.

사방지: 아니야 생각없어 (벌렁 눕는다)

          (이소사, 사방지를 일으키며)

이소사: 어서 기운 차리세요. 그리고 장에 나가 쌀 좀

           사와요. 난 무릎이 아파 꼼짝 못하겠어요.

사방지: 알았어.

          (사방지 옷을 입다말고 우두커니 서 있다.)

이소사: 왜 그래요?  (입어던 옷을 벗으며)

사방지: 불편해서 이거 못 입겠어.

이소사: ?

사방지: 괜히 우스개 거리만 돼. 날 아무도 사내로 봐주지

           않는단 말이야.

          (이소사 옷을 집어 주며)

이소사: 안돼요. 입어야 해요. 지금 입지 못하면 영영 못 입어요.

사방지: 아이구, 나 미쳐... (울상이다.)

92     주막

선달:    분명히 계집이지?

주모:    틀림없어요.

선달:    허기야 장안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다는데...

주모:    미친년들! 여자끼리 무슨 재미로 살아?

선달:    다모를 일이야. 나도 이제 그 짓 청산하고 어디 참한

           여자.....

          (선달의 옆구리를 찌르는 주모.

           사방지가 지나간다. 선달 밖으로 나간다.)

93     주막 앞

          (사방지 앞을 가로 막는 선달.)

선달:    젊은이 내 술 한잔 대접할 테니 들어갑시다.

          (그냥 가려는 사방지를 붙드는 선달.)

선달:    젊은이!

사방지: 이 양반이 어디 손을 잡고 그래?

          (손을 휙 뿌리친다. 힘없이 나뒹구는 선달.

           사방지 뒤로 보지 않고 간다.)

선달:    아니 저 년이! 네 이년 거기 서지 못해, !

          (그런 선달을 보며 박장대소 하는 주모.)

94     장터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사방지.

           방물점에 들러 색경을 본다.

           안사고는 못배기겠다는 듯 곡물점에도 들린다.)

95     한적한 길

         (사방지 색경을 요리저리 본다.

          사람이 오자 머리에 인 자루를 얼른 어깨에 맨다.)

96     주막 앞

          (선달 고개를 쭉 빼고 사방지를 기다리고 있다.

           사방지 선달을 보자 겁이 덜컥 난다.

           사방지를 반기는 선달.)

선달:    젊은이 아까는 미안했수. 내 사과할 겸 술 한잔 대접

           할 테니 사양 말아요.

         (사방지, 망서린다.)

선달:   , 들어갑시다.

         (사방지를 밀고 들어간다.)

97     동 안

주모:  아이구 어서 와요 색-!

        (사방지 눈빛이 사납다.

         주모, 얼른 쌀자루를 받는다.)

주모 : 마음 쓰지 말고 어서 앉아요.

선달어허, 그만 술 가져 와요.

주모예예!

        (선달, 사방지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

선달천향국색 우미인과 이렇게 앉았으니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소이다. 우리 앞으로 친해 봅시다.

        (말대꾸를 안 하는 사방지.

         주모 술상을 놓으며)

주모아이고 누울 자릴 보고 발 뻗으랬수, 선달님.

선달:  무슨 말버릇이오 주모!

주모그렇다는 얘기지요 뭐!

선달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다 인연이오, 자 한잔

         듭시다.

        (따라준 술을 단숨에 비우는 사방지,

         선달 고개를 갸웃한다.)

선달:    한 잔 더...

사방지: 잘 마셨습니다. 선달님

          (일어나 쌀자루를 맨다.)

선달:    아니, 우미인, 우미인!

         (사방지 나가버린다.)

주모:   선달님 눈 튀어 나오겠수!

선달:   에이-

         (들었던 술병을 탁 놓는다.

          그 눈에 어떤 음모가 있다.)

98     움막 ()

          (불꺼진 움막. 괴한 둘이 은밀히 접근한다.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괴한들.)

소리:    도둑이야! 도둑! 사람 살려...!!

          (한참만에 나오는 괴한들.

           한 괴한의 어깨에 큰 자루가 매달렸다.)

99    밤 길

         (헉헉대며 자루를 내려놓는다.)

괴한1: 휘이- 왜 이리 무거워? 자네가 좀 매게.

괴한2: 이 사람이 얼마나 왔다구 엄살이야!

         (위세 좋게 어깨에 매며 휘청한다.)

괴한2: 아이쿠 정말일세!

        (꿈틀거리는 자루 속.)

괴한2: 조금만 참아 다 왔으니깐!

100   선달 방

          (내리는 자루.

           괴한 그대로 두고 나간다.

           들어서는 선달이 자루를 벗긴다.

           재갈을 물린 채 사방지가 앉았다.

           젖가슴을 가리는 사방지.

           선달 재갈을 풀어 준다.)

선달:    우미인, 놀라게해서 미안하오. 이런 일은 뜸을

           들여야 제맛이고 서두르면 낭패라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소, 나 올해로 꼭 구 년째요>

         (사방지 고개를 젓는다.)

선달:   왜 안되겠소?

         (사방지, 고개를 끄덕인다.)

선달: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 주나? 우미인 나 좀

          살려주오.

         (덥썩 달겨드는 선달. 사방지 쉽게 툭 넘겨 버린다.

          나동그라지는 선달.)

선달:   ?

         (다시 한번 덤비나 또 넘어간다.)

선달:   ! 힘이 항우장살세!

사방지: 도대체 날 데려다 어쩌려구?

선달:    우미인, 다 살다보면 정들기 마련이오.

           우리 떵떵거리며 한번 살아 봅시다.

         (사방지 코웃음 치며 나가려한다.

          선달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쓰러지는 두 사람.

          몸싸움이 벌어지고...

          선달, 있는 힘을 다해 사방지의 옷을 벗긴다.)

선달:   ! 이게 뭐야?

         (낭패해 옷을 챙겨 도망치는 사방지.)

선달:   아이쿠!

101   주막  ()

선달:    허참! 나 보다 보다 그렇게 장대한 것은 처음일세.

사내:    도대체 그것이 얼만 했길래?

선달:    그게 그러니깐 --- 아무튼 이 정도는 돼.

          (팔뚝을 걷어올리며 과장을 한다.)

사내갑: 예끼 이 사람, 허풍을 쳐도 분수가 있지 그게

           당나귄가 몽고 말인가?

          (사내들 싱거운지 일어난다.)

사내을: 저 사람이 정신이 좀 이상해졌어.

         (주모, 선달 옆에 바싹 앉으며

주모:   그게 사실이에요?

선달:   내 말을 못 믿겠거든 한번 벗겨 보구려.

주모:   거참 해괴망칙도 하네요. 위는 분명 여잔데 아래는 사내라니.

선달:   누가 아니래?

주모:   이 산이 명산은 명산인가 봐요.

선달:   무슨 헛소리야?

주모:   , 복이 굴러 들어왔지 뭐유.

선달:   주모가  살 판났다 이거야?

주모:   그게 아니라, 선달님 대를 잇게 하잔 말예요.

선달:   ?

주모:   내 말은 안했지만 말이 많아요. 효험이 없다구요.

          그게 다 선달님이 쇠약해진 탓이예요.

         (주모, 선달에게 귓속말을 한다.)

선달:   그럼 나는 어떡하누?

주모:   걱정도 팔자요 내가 선달님 밥 굶기겠수!

102   움막

          (물 사발을 들고 들어오는 이소사.

           문을 꼭 걸어 잠군다.

           사방지 물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사방지: 대낮인데 문은 왜 잠궈?

이소사: 무서워요.

사방지: 무섭긴 다신 안 나타날 꺼야.

이소사: , 아무래도 꿀이라도 받아다 팔아야 할까 봐요.

사방지: 별소릴 다 하네. 양반 체면에 장사를 하다니 그런 건

           쌍것들이나 하는 짓이야!

이소사: 먹고 사는데 양반 상놈이 어디 있어요?

사방지: 관둬! 내가 장터에 나가 장사라도 해볼 테니.

이소사: 장사도 밑천이 있어야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금부치라도 가지고 나올 걸...

사방지: 우리 꿀은 언제 따지?

이소사: 며칠 더 있어야 한대요. 참 아랫집에 가서

           꿀 담는 법이나 배워 오세요.

사방지: 그럴까?  (일어난다)

103    오솔길

          (주모가 조그만 보따리를 들고 산을 오르는데

           내려오던 사방지와 마주 친다.

           호들갑을 떨며 반기는 주모)

주모:    그렇지 않아도 찾아 가는 길인데...

사방지나는 왜요?

주모:    단골손님을 한 번도 찾아뵙질 못 해서요.

사방지: 한두 번 간 걸 가지고 단골이라니?

주모:    앞으로 자주 오시라는 거지요 뭐!

          (보따리를 내밀며)

주모:    이거 얼마 안되지만.....

사방지: 이게 뭐요?

주모:    인절민데 몇 개 안되요. . 내려가는 길인 모양인데

           같이 갑시다.

          (앞장 서는 주모, 사방지도 간다.)

104    주막

선달:    간 일은 잘 됐남?

          (주모 옷을 갈아입고 나오며)

주모:    씨알이 멕히지 않네요, 생각있으면 오라고

           했으니 며칠 두고 보지요 뭐.

선달:    그런 일을 선뜻 응 하는 사람이 있겠어?

105    벌통 앞

          (사방지 멀거니 앉아 있다.)

106   움막

          (문지방에 우둑히 앉아 있는 사방지.

           이소사, 치마에 알밤을 가득 담아와 사방지에게

           펴 보인다.)

이소사: 온 산에 머루, 다래, 알밤이 천지에요. 내일은

           자루를 가지고 가 가뜩 따옵시다.

          (사방지 시쿵둥 하다.)

이소사: 왜 그리 힘이 없어요?

          (대답이 없다.)

이소사: 얼른 밤을 쪄 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이소사 부엌으로 간다.)

107   산 속

          (이소사, 신이 나서 알밤을 깐다.

           사방지, 먼 산만 바라본다.)

108    돌부처 앞 ()

          (코가 다 문드러진 돌부처. 그 뒤에서 쓱

           얼굴을 내미는 선달. 손짓을 하자 사방지가

           나타난다. 두 손을 비벼대며 연신 절을 하는

           여인. 사방지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그치는 선달.

           사방지 발걸음을 옮긴다.

           여인 옆에 가 우두커니 서 있다.

           행동을 지시하는 선달.

           사방지 떨리는 손끝을 여인의 어깨위에 올린다.

           여인 돈을 꺼내준다.

           사방지, 여인을 숲으로 데리고 간다.

           보고 있는 선달.

           사방지의 그런 행각이 여러 형태로 디졸브된다.)

109    주막

          (사방지 축 처져 있다. 술을 따라주는 주모)

주모:    수고 했어 사방지. 어서 들어.

          (사방지 연거푸 술잔을 비운다.)

주모:    이제 날씨가 추워 바깥일은 못할 거야. 내 오늘 장안에가

           일 맞춰 놨으니 그리 알아. 참 옷도 한 벌 사왔어.

          (방에 가 한복(여복) 을 꺼내온다.

           사방지, 얼굴이 난감하다)

110    움막

          (사방지, 골아 떨어졌다.

           이소사, 사방지를 자꾸 깨운다)

사방지: 왜 또 그러는 게야?

          (사방지 돌아 눕는다.

           이소사 사방지를 끌어 당기며)

이소사: 여보...

사방지:(홱 돌아보며)이 남편 말려 죽일 계집이! 어찌 그리

            밝혀피곤해 죽겠는데!!

           (다시 돌아 눕는 사방지.

            이소사, 눈물이 난다.)

사방지울기는 왜 울어 내일 장사 가는데 재수 없게.

이소사차라리 굶어 죽지 다시 여복을 한단 말예요?

사방지아까 끝낸 말 가지고 왜 또 그래, 어서 잠이나 자!

           (이소사, 눈물이 자꾸 쏟아진다.)

111    동 방  (아침)

           (아침 햇살이 쏟아진다.

            색경에 얼굴을 내미는 사방지.

            곱게 여장을 하고 얼굴을 단장한다.)

112    동 밖

          (사방지, 꿀단지를 싼 보자기를 들고 나온다.

           부엌에서 나오는 이소사.)

이소사: 벌써 나가세요?

사방지: .

이소사: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사방지: 알았어.

          (가는 사방지를 바라보는 이소사.

           긴 한숨을 내쉰다.)

112-1 내시촌

          (사방지, 기척을 살피며 걸어온다.

           멀리 물레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 따라 집으로 들어간다.)

113   방 앞

          (방안에서 여전 물레소리 들린다.

           사방지, 머뭇 거리다 입을 연다.)

사방지: 계세요?

여인:    어서 들어와요.

          (사방지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114    몽타쥬

           (물레가 돈다.

            그 물레에 더불 엑스포저 되는 사방지,

            이 여자 저 여자와의 놀음이 몬타쥬 된다)

115    골목  ( )

           (어느 집에서 나오는 사방지.

            힘없이 걸어오는데 한 여인이 나와 불문곡직

            하고 소매를 잡아끈다. 묵묵히 끌려가는 사방지.)

116      

           (들어서는 여인.

            사방지를 구석에 밀어 붙인다.)

사방지왜 이러시어요?

여 인:    다 알고 있어, 김내시가 집만 비우면 자고 가는 거.

            나도 꿀 한 단지 사고 몸값 줄 테니 오늘밤엔 우리집

            에서 자.

           (사방지 힘없이 스르르 무너진다.

            여인에게 시달리는 사방지, 기진맥진이다.)

117    동 밖 ( 아 침 )

           (하얗게 눈이 쌓였다 .

            나오는 사방지, 들어서는 박내시와 마주친다.

            사방지, 당황하나 순간적으로 )

사방지안녕 하시어요?

박내시뉘시오?

          (사방지 머뭇 거리는데 방문을 열며)

여인:     잘 곳이 없다구 해서 집에서 재웠어요.

박내시:  호 그래요?

           (위 아래를 훓어 보며 고개를 갸웃 한다.)

           (사방지 인사를 하고 얼른 나간다)

118     여염집

           (과부들이 청상계 모임을 갖고 있다.)

계주:     내시촌에서 들은 얘긴데 사방지라하는 그 사람

            그렇게 쓸모가 있다는구먼, 여장을 해서 들킬

            염려도 없구.

여갑:     그게 사실이야?

계주:     아 글쎄, 직접 놀아본 사람얘기라니까.

여을:     나도 어디서 듣긴 들었는데.

여병:     우리도 사방지를 당장 불러들이세.

           (입이 함박만 해지는 과부들.)

119     눈 길

           (사방지, 눈속을 푹푹 빠지며 올라간다)

120     움막

           (비틀거리며 들어서는 사방지.

            문을 열고 나오는 이소사 눈이 휑하다.

            사방지, 이소사의 시선을 피하며 들어간다.)

121      

           (사방지, 옷을 벗어 던진다.

            이소사, 이불속에서 밥을 꺼낸다.

이소사:  어서 드세요.

          (사방지, 밥상을 발로 밀며)

사방지: 생각 없어.

이소사: 밤마다 어딜 쏘다니길래 그리 초죽음이 됐어요?

사방지: 계집이 왠 잔소리야, 아침부터.

이소사: (참지못해) 말 끝마다 계집 계집 하는데 언제부터 사내라고 날 구박이야!

            누가 사내로 만들어 줬는데?

사방지!

           (찔린다.)

이소사누가 모를 줄 알아. 밤마다 몸 팔러 다니는 거!

           (사방지, 밥상을 엎어버린다.)

사방지에레기 이 못된 계집이 어디다대고 함부로 뇌까려!

           (쓰러 뜨리고 마구 때린다.)

이소사: 그래 차라리 죽여! 죽는게 몸 팔아 사는 거 보다 나아!

           죽여, 죽여!

          (이소사,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사방지, 가책을 느낀다.

           그동안 몰라보게 변해버린 이소사가 불쌍하다.)

사방지: 여보, 미안해. 다시는 안나갈께.

           차라리 굶어 죽더라도 그 짓은 안하겠어.

이소사: 여보!

          (두 사람, 부둥켜 안고 실컷 운다.)

112    주막

           (청상계주 들어온다.

            주모, 계주를 데리고 방으로 간다.)

123    

주모:    이거 미안해서 어쩐담. 글쎄 그 사람이 몸이 절단이.

           난 모양이에요.

계주:    그렇다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야지.

           여기까지 오게 하구 그래.

주모:    며칠만 기다려줘요. 곧 회복이 될 테니,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가보고 오는 길이에요.

계주:    이번에 약속 어기면 거래 끊겠수.

주모:    걱정 하지 말아요. 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꼭

           보낼 테니.

계주:    주모만 믿겠수.

124    설원 (환상)

         (여자들이 벌떼처럼 모여 있다.

          서로 아귀다툼을 하며 사방지를 뺏으려 한다.

          갈기갈기 찢기는 옷.

          사방지, 알몸이 된다.

          여자들 사방지의 살점을 찢는다.)

125   움막

          (가위에 눌려 진저리를 치는 사방지.)

이소사: 여보, 여보!

          (소스라 치는 사방지, 벌떡 일어난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애처롭게 바라보는 이소사.)

126    몽타쥬

           (개울에 얼음이 녹아내리고

            만개한 개나리,진달래.)

127   

          (땅을 일구는 사방지.

           이소사가 광주리에 밥을 이고 온다.)

이소사: 여보!

사방지: . 벌써 참 때가 됐나?

          (광주리를 내려 준다.)

이소사: 힘 드실텐데 좀 쉬었다 하세요.

          (막걸리를 한 사발 따라 준다.

           사방지 단숨에 들이킨다.

           이소사 밥을 꺼낸다.)

이소사: 시장하신데 어서 드세요.

사방지: 당신도 함께 듭시다.

이소사먼저 드세요.

사방지: 같이 먹자는데...

           (음식을 보더니 헛구역질을 한다.)

사방지: ...?

이소사: (멈칫) ..아무래도...

사방지: 그게 무슨 소리요?

          (이소사헛구역질 한다.)

이소사: 애를 가졌나 봐요.

사방지: 정말?

           (이소사 고개를 끄덕인다.

           사방지, 숟가락을 팽개치고 이소사의 등을

           두들겨 준다.)

사방지: , 업혀!

           (이소사를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방지.

            이소사의 마냥 행복한 얼굴.

            정지된다.)

128    석양길

          (이소사를 업고 가는 사방지.)

129    움막

          (문을 여는 사방지.

           순간 얼어붙은 듯 그대로 굳어버린다

           경손과 큰마님이 앉아있다.

           쏟아지는 광주리.

           경손과 큰마님이 나온다.)

큰마님: 이게 웬 말이냐, ?

          (큰마님, 이소사를 끌어안고 운다.

           동요하지 않는 이소사.

           경손, 사방지를 쓰러뜨린다.)

경손:    내 이 요물을 내 손으로 죽이고 말리라!

          (칼을 뽑아 내리칠려는데,

           이소사, 달려와 붙들며)

이소사: 아니되오, 동생! 난 사방지의 애를 가졌소!

큰마님: 뭐라구?

130    고방

           (바닥에 처박히는 사방지.)

131    우물터

           (아낙들이 모여 앉아 수근거린다.)

132    

            (일하다 말고 농군들이 수근댄다.)

133     주막

            (선달과 주모가 처연하게 앉아 있다.)

선달:     그러니까 그 아낙이 이순지 대감의 외동딸이었더란

            말이야?

주모:    그렇다니까요.

선달:    그 아낙도 안됐지만 사방지가 너무 불쌍하구려.

          (주모, 질금질금 짠다.)

134    궁 일각

           (내시들이 모여 불끈해 있다.)

김내시: 그런 놈이 우리 동네를 드나들었다니 이런 날벼락이

           있나?

박내시: 맞어. 바로 그 년이야!

          (살기를 띠고 돌아간다.)

김내시: 쯔쯧...저 사람도 당했구먼.

135    별당

          (이소사, 몽롱히 앉아있다.

           그 앞에 섬월이가 지키고 있다.)

136    안방

큰마님온 동네 소문이 자자하니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마냥 저리 붙잡아둘 수도 없구요.

           (이순지 한숨만 푹푹 쉰다.

            이때 경손이 들어온다.)

경손:     아버님, 궐로 드시라는 어명이십니다.

이순지? 대왕께서도 이 일을 아셨단 말이냐?

경손:     온 나라가 지금 구린 얘기로 떠들썩합니다.

           (이순지 일어난다.

            큰마님의 탄식에 하늘이 무너진다.)

137    경복궁

          (정원을 거닐고 있는 세조.

           그 뒤를 한명회, 신숙주, 이순지 등이 따른다.

           김내시, 박내시도 있다.)

신숙주: 사방지 같은 자가 또 나와 나라 안에 풍속을 더럽힐지

           모르니 처단함이 오른 줄 아뢰오.

한명회: 청하옵건데 멀리 유배를 보냄이 마땅한 줄 아뢰오.

신숙주: 마마, 깊이 살피소서. 외간에서 전하는 말이 사방지가

           아니라 서방지라 하옵니다.

세조이순지는 대부의 가문이다. 애매한 일을 가지고 하루

           아침에 흠을 입는다면 그 또한 억울하지 않겠는가?

           경의 생각은 어떠하오?

이순지: 예로부터 하늘의 도리는 음과 양이라 하고 인간의

           도리는 남과 여라고 한다 합니다.

           사방지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니 죽여 용서할 게 없음이

           옳은 줄 아뢰오.

          (박내시와 김내시 고개를 끄덕인다.)

세조:    경의 가문을 더럽힐까 염려된다.

           내 경에게 처리토록 할 터이니 경이 알아서 하도록 하오.

이순지: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삼가 고개 숙여 예를 갖춘다.)

138    대청

          (문중의 어른들이 모두 모여 있다.

           연신 철 이른 부채만 부쳐대고 있다.

           이순지, 들어와 앉는다,)

종손:    일찍이 우리 가문에 이리 흉악한 일이 없었거늘 이 무슨

           해괴 망칙한 꼴인가! 앞으로 무슨 면목으로 선친들을 뵈올 것이며

           저잣거리를 어떻게 나다닌단 말인가?

이순지: 제가 불출해 이리 된 것이니 이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요.

종손:    그렇다면 어찌 할 텐가?

          (이순지, 대답 대신 쓱 일어난다.)

139    고방

           (길명에게 끌려나오는 사방지.)

140    별당

          (눈물을 흘리는 이소사.

           멀리서 곤장치는 소리와 사방지의 비명이

           들린다.

           이소사의 비장한 얼굴.

           비녀를 꼽는다.)

141   대청 

          (장틀에 묶여있는 사방지.

           이순지가 직접 치죄한다

           곤장에 핏살이 튀나 이를 악 무는 사방지.)

종손:    지독한 것이로고!

이순지: 사정두지 말고 매우 쳐라!

사방지: 대감마님. 죽여주옵소서. 이것은 살아 쓸모가 없는

           몸이옵니다. 허나 아씨마님은...

이순지: 저런 고얀 것! 아직 설맞았구나. 여봐라!

          (이때 이소사가 뛰어 나온다.

           경손이 가로 막는다.

           이소사, 경손을 뿌리치고 이순지 앞에 큰 절을

           올린다.

           이순지와 종가 어른들 혀를 차며 외면한다.)

이순지: 넌 들어가 있거라!

이소사: 아버님께 불효여식이 무슨 여쭐 말씀이 있겠사옵니까만...

종손:    어흠! 계집이 남사스러운 줄 모르고 에잉!

이소사: 아버님, 이 일은 양반이 상것을 희롱한 죄 밖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가문에 해가 돼 죄라면 벌은

           정녕 제가 받아야 합니다. 사방지의 죄라면 남정네였다는

           것을 모르고 자란 무지몽매한 그 죄일 뿐 죄라면

           저에게 있습니다. 절 죽여주십시오!

종손:    에잉!

          (안으로 들어간다)

이순지: 경손아!

경손:    !

이순지: 저 것의 음낭을 거세시키고 멀리 추방토록 하라!

경손:    !

          (사방지를 끌고 가는 길명.

           땅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이소사.)

142    고방

          (묶여 있는 사방지.

           경손, 마당쇠를 데리고 온다.)

경손:    옷을 벗겨라!

          (마당쇠 머뭇거린다.)

경손:    어서!

마당쇠: 예에--

          (마당쇠 치미를 벗긴다.)

143    별당

          (은장도를 뽑는 이소사.

           그녀 앞에 흰 봉서가 놓여 있다.)

144   고방

          (경손, 사방지의 사타구니에 칼을 댄다.

           마당쇠 눈을 가린다.)

사방지: 차라리 죽여 주시어요! 제발!

경손:    이 요물을 없애야 해!

          (경손 칼을 쓱- 뽑아든다.

           섬월이 뛰어 들어온다.)

섬월:   도련님! 아씨마님이...흐흐흑!!!

경손:   ?

          (뛰쳐 나간다.)

사방지: 안 돼! 죽으면 안 돼...!!

145    별당

          (경손이 들어온다.

           피투성이 이소사를 안고 통곡하는 큰마님.)

큰마님: 아이고 이 불쌍한 것아. 그리 에미 속을 썩히더니

           기어히 내 앞에서...

          (경손 사방지에 대한 분노가 더 치솟는다.

           봉서를 펼치는 이순지.

           그 처절한 얼굴에 창이 흐른다.)

:       부모님!

           불효여식을 용서해주시어요

           사방지는 제 서방입니다. 신분은 틀려도 우리의 인연은

           끊을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여식의 목숨과 바꾸어

           주소서. 마지막으로 그의 노비문서를 없애고 제가 만든

           남복을 입혀 주시어요.

          (이순지 눈물을 삼키며)

이순지: 도대체 양반은 뭐고 상놈은 무어냐? 경손아!

경손:   

          (남복을 집어 주며)

이순지: 가지고 가 입혀라.

          (경손 어쩔 수 없다.)

이순지: 그냥 풀어줘라. 그의 죄는 없다.

경손:    하오나 아버님.

이순지: 어서!

146   고방

         (사방지가 늘어져 있다.

          경손, 사방지에게 옷을 던져준다.

          결박을 풀어주는 마당쇠.)

147   마을 어귀

          (펄럭이는 만장.

           꽃상여가 마을을 빠져나간다.)

선소리: 어어여,어어여,어여여차,어어여

           이팔청춘 호시절에 너는 어이 홀로 갔나.

           어어여  어이차

          (경손, 묵묵히 상여를 따른다.

           그뒤에 길명, 마당쇠, 섬월이 보인다.)

148   

           (관이 내려진다.

            그 위에 덮이는 흙.

            경손, 눈을 감는다.

            그 눈에 맺히는 눈물.

경손:     못난 누이, 부디 왕생극락 하시오.

(소리):   안되오! 기다리시오!

           (경손 돌아다본다.

            멀리 사방지가 비척 비척 오고 있다.)

경손:     저 것이 여기 까지! 내 저 것을 죽이고야 말리라!

          (사람들 웅성거린다.

           올라오는 사방지.)

경손:    올라오지 마라!

          (사방지, 필사적이다.

           당황하는 경손.

          사람들 술렁대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소리): 저 것을 죽여라. 저 것은 요물이다!

          (한꺼번에 터지는 함성!)

군중들: 죽여라! 죽여라!

          (경손, 당황한다.

           계속 올라오는 사방지.

           그의 머리에 돌팔매가 날아온다.

           , 쓰러지는 사방지.

           다시 일어나 기어오른다.

           우박같이 쏟아지는 돌팔매.)

경손:    그만해라! 그만해!

          (절규한다.

           잠잠해지는 군중들.

           경손, 군중들을 헤집고 나온다.

           피투성이가 된 사방지.

           경손, 사방지를 일으켜 앉힌다.

           숨을 거두는 사방지.

           경손 고개를 젖는다.

           사방지, 염낭주머니를 꼭 쥔채 죽었다.

           경손, 사방지의 손을 펴 염낭을 꺼낸다.

           그 속에서 나오는 이소사의 반지.

           경손, 기어코 울음을 터트린다.

           숙연한 군중들.

           경손, 사방지를 안고 일어선다.

           군중들의 회한의 눈길로 쳐다본다.

           경손, 묘지를 향해 걸어온다.

           그 모습 정지되며 자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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